中·필리핀 등 작업장 53곳서 수백억씩 환전 일당 15명 구속 기소
작업장 묵인 수수료 250억 챙긴 국내 최대 중개업체 처음 적발
개인정보를 도용해 대량의 게임아이템을 만든 후 이를 현금으로 환전해서 1조원 이상을 챙겨온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외에 작업장을 차리고 범죄를 저질러 왔는데, 범죄수익은 이미 대부분 해외로 반출됐다. 게임 아이템 거래를 중개한 국내 업체는 이를 방조하면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겨왔다. 게임아이템 하나가 수 천만원에 거래되는 현실에서 게임을 자동 실행하는 전문 작업장이 생기고 중개업체까지 방조한 것이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중국에서 게임아이템 작업장을 운영하는 문모(42)씨 등 15명을 구속기소하고, 국내 게임아이템 중개업체인 아이템매니아 이모(38) 대표와 아이템베이 이모(48) 대표 등 40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사법처리된 인원은 해외에 있어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진 3명을 포함 총 58명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는 물론 중국과 필리핀 등 해외에 작업장을 차리고 게임아이템을 만들어 중개업체를 통해 불법으로 환전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임아이템 거래는 구입한 후 강화해서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도박성 중독 현상까지 동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들은 이 시장에서 손쉽게 돈을 벌었다. 리니지 게임 아이템인 ‘진명황의 집행검’은 3,000만원에 거래된 것이 확인된 적이 있고, 1억원 이상에 팔릴 적도 있다는 업계 소문이 있다.
이들이 2년간 게임아이템을 판매한 액수는 아이템매니아에서 5,834억원, 아이템베이에서 4,717억원으로 지금까지 적발된 게임아이템 불법 환전 거래 규모상 역대 최대에 해당하는 1조550억여원에 달했다. 두 업체의 지난 한 해 아이템 중개 매출 합이 8,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해볼 때 거래의 절반 이상이 불법이었다는 게 합수단의 설명이다.
이들은 개인정보 판매상으로부터 구매한 주민등록번호와 주민증 발급일자, 아이핀(I-Pin), 휴대폰번호 등의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리니지 등 유명 게임의 회원 ID를 만들어 아이템을 획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 중개 사이트에서는 회원 한 명 당 2,400만원으로 거래 액수가 제한돼 있지만, 작업장에서는 수천개의 ID를 다량으로 만들어 한 곳당 1년에 최대 400억원씩 환전 거래를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을 오래할수록 아이템을 많이 획득할 수 있는 점을 이용, 자동실행 프로그램(오토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시간을 늘렸다.
이번에 수사를 받은 작업장은 모두 53곳으로 이들이 도용한 중개사이트 회원 ID는 13만3,000여개에 달했다. 이번 처벌대상은 범죄수익이 일정액을 넘어선 곳으로 한정돼 실제 범죄액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일반인은 게임으로 직접 얻은 아이템을 판매해도 처벌을 받지 않지만,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오토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템을 획득한 뒤 이를 환전하는 일은 명백히 불법이다. 중개업체인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는 이 같은 불법 거래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작업장의 ID들을 관리해주면서 판매대금을 찾을 때 필요한 인증절차를 생략해주는 등 편의를 봐주면서 거래액의 3~5%를 수수료로 떼어 250억원 가량의 이득을 봤다. 두 업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이템거래 중개업체로 국내 시장의 9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7월 합병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업체는 VIP 고객관리 명목으로 작업장을 사실상 묵인했으며 이를 통해 올린 매출이 회사 총 매출의 30~4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두 업체의 대표와 임직원은 물론 업체까지 모두 재판에 넘겼다.
합수단은 두 중개업체가 벌어들인 불법수익 253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회수하는 범죄수익 환수보전 조치를 했다. 그러나 작업장 운영자들의 환전 수익은 대부분 해외로 이미 반출됐거나 써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합수단은 적발된 작업장 운영자들이 사용한 중개사이트 회원 ID을 모두 사용 중지시키고, 해당 ID에 적립된 게임 마일리지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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