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기둥은 단연 김연경(28ㆍ페네르바체)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어 다른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김연경의 폭발력도 극대화된다는 것이 이정철(56) 대표팀 감독의 전략이다. 이 감독은 “김연경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며 다른 선수들의 선전이 예선 통과에 필수요소라고 선수들을 독려한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지난달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연경은 한국의 득점원에 그치지 않고 팀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주는 훌륭한 미끼(decoy)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감독이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 동안 김연경보다 더 신경을 쓰는 선수가 있다. 박정아(23ㆍIBK기업은행)다. 레프트 보조 공격수 역할을 맡고 있는 박정아가 터져줘야 김연경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박정아에게 ‘대표팀 키 플레이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다.
박정아는 187㎝의 장신에 유연성도 좋아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다. 부산 남성여고 시절 그는 고교 최고의 선수였다. 주로 센터로 출전한 박정아는 고교 무대를 평정했고 2010년 창단된 IBK기업은행에 특별 지명으로 입단했다.
박정아는 프로에 입단하면서 레프트로 포지션을 바꿨다. 서브 리시브와 수비를 많이 해 보지 않았던 그는 이 부문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소속 팀에서 현 대표팀 사령탑인 이 감독을 만난 박정아는 6년 동안 꾸준히 리시브와 수비 연습을 하며 어느새 믿음직인 대표팀 선수가 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자신감을 얻은 박정아는 이번 리우 올림픽 예선에서 한층 향상된 기량을 펼쳤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날카로운 서브에 무너지지 않았고, 고비마다 상대공격에 찬물을 끼얹는 수비로 상대 팀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본보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실수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예선에서 범실이 적게 나와 다행이었다”면서 “코트 바깥에 있을 때는 (교체멤버로) 들어가면 팀에 도움을 주고 나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던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0년만에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그는 “첫 올림픽이라 기대도 많이 되고 신기하다”면서 “주위의 기대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첫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고 싶다는 생각뿐이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현재 하루 대부분을 훈련으로 보낸다. 오전 운동과 오후 운동, 그리고 필요에 따라 야간운동까지 더하며 리우에서의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혹독한 훈련으로 버티고 있다,
그는 리우에서 김연경을 보조해야 한다. 박정아는 “공격적인 부분에서 김연경 언니와의 호흡이 부담스럽지만 양효진 언니나 김희진 언니가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괜찮다. 수비랑 리시브에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이 감독에게 ‘(리시브할 때) 다리 중심을 잡아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박정아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아직 수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안정적인 리시브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대표팀 본선 첫 상대는 일본이다. 대표팀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세계예선에서 일본을 3-1으로 꺾었다. 한국은 8월6일 일본과 만난다. 다시 한번 승리를 거둔다면 8강 진출에 청신호를 켤 수 있다. 박정아는 “일본전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하지만 세계예선에서 부족했던 리시브와 블로킹을 좀 더 보완한다면 다시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올림픽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좋은 경기를 통해 40년만에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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