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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은 높지 않은데 고혈압 약 처방해야 할 때

입력
2024.05.06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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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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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뇨는 신장내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흔한 질환의 하나다. 건강검진에서 단백뇨 소견이 나와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대개는 증상이 없다. ‘거품뇨’ 증상이 있어 진료받으러 왔다가 단백뇨 진단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기는 하다.

단백뇨는 소변에 하루 150㎎ 이상의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소변에 단백질이 평소 하루 150㎎ 이하 나오지만, 그보다 많은 단백질이 장기간 소변으로 나오면 단백뇨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단백뇨는 찢어진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물코보다 큰 물고기는 잡히고, 작은 물고기는 빠져나간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든다. 콩팥 사구체(絲球體)가 혈액을 거르는 과정에서 혈액 속 적혈구나 백혈구, 단백질 등은 남지만 물과 노폐물, 미네랄 등은 빠져나온다.

그런데 그물코와 같은 사구체 어느 부분이 찢어지는 등 손상이 발생하면 그곳으로 단백질 같은 큰 분자들도 빠져나갈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단백질이나 미네랄 등이 조금 빠져나가도 콩팥 세뇨관에서 재흡수돼 소변에는 단백질이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조금 있다. 하지만 세뇨관까지 탈이 나면 소변에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게 되는데, 이것이 단백뇨다.

단백뇨는 콩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그래서 단백뇨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한다.

단백뇨가 한 번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만성콩팥병’으로 단정하지는 않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단백뇨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콩팥에 이상이 없어도 오래 서서 있거나, 격렬한 운동을 한 뒤, 열이 나거나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일부 성분 약을 먹었을 때도 단백뇨가 나올 수 있다.

또한 왼쪽 콩팥의 정맥 혈관이 눌려 왼쪽 콩팥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호두까기증후군’이 있을 때 단백뇨가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단백뇨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기도 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8~33%가 단백뇨가 있다. 많게는 3명 중 1명이라는 뜻이다.

소변에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가 거품뇨다. 다만 모든 단백뇨가 거품뇨 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단백뇨가 있어도 소변에 거품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거품뇨가 없으니 단백뇨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단백뇨 치료에는 약물 외에 저단백 식사와 싱겁게 먹기 등도 포함된다. 사구체가 손상된 상태에서 단백질·소금 등을 많이 먹으면 이것들이 사구체로 빠져나가면서 혈관을 더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하루 단백질 섭취 권고량은 몸무게 ㎏당 0.8~1g, 만성콩팥병 환자는 0.6~0.7g/㎏이다. 몸무게 60㎏인 사람은 하루 36~42g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혈액투석 환자의 단백질 하루 섭취 권고량은 1.2g/㎏, 복막 투석 환자는 1.2~1.3g/㎏으로 넉넉하게 먹어야 한다.

단백뇨 치료를 위해 고혈압 약을 처방할 때도 있다. 고혈압이 없는데도 고혈압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이 고혈압 약은 고혈압 유무와 상관없이 콩팥의 압력을 낮춰 단백뇨를 줄여준다.

고혈압이 있으면서 단백뇨가 나온다면 혈압 강하와 단백뇨 치료를 동시에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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