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 가는 한직으로 밀려났다
정권 바뀌며 고검장 서열 1위로
27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조은석(52) 검사장이다. 퇴직을 위한 징검다리 자리이자 한직으로 인식돼온 사법연수원 부원장에서 고검장 서열 1위인 서울고검장으로 수직 상승한 경우는 드문 일이라, 검찰 내부에서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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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조 검사장은 상황판단이 정확하고 추진력이 높아 잘 나가는 특수검사로 인정 받았다. 그는 2010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로 일할 때 이익단체의 청부입법 의혹이 일었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을 지휘, 여야 정치인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큰 미움을 샀다는 말이 돌았다. 199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이나 대검 중수부 과장 등 특수수사 요직을 거치지는 못했지만, 대검 범죄정보1ㆍ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대검 대변인 등 핵심보직에서 일했다. 이후 서울고검 형사부장과 대검 형사부장 등 검찰 간부 시절에는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서에서 주로 근무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해양경찰의 구조 부실에 대한 검ㆍ경 합동수사를 지휘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법무부와 이견을 보이며 진통을 겪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기조에 맞지 않게 세월호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청와대에 미운 털이 박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월호 수사를 담당하던 광주지검에 전화를 걸 정도로 예민하게 주시하는 상황이었다. 그 뒤 그는 청주지검장으로 10개월을 지낸 뒤 수사부서에서 배제돼 2015년 12월부터 퇴직을 앞두고 가는 자리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밀려났다. 당시만 해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가 조만간 검찰을 떠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수사력과 기획력을 겸비했지만 강단 있는 성격이 조직과의 불화를 빚었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뒤이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그는 기사회생했다. 퇴직을 바라보는 벼랑 끝에서 차기 검찰총장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일각에선 이날 승진인사 배경으로 청와대 및 여권 인사와의 친분설을 거론하고 있지만, 조 검사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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