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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철벽 실드’ 정유라의 조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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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철벽 실드’ 정유라의 조력자들

입력
2016.11.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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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정유라 씨의 모습. 연합뉴스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정유라 씨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7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던 부산의 한 고사장에서 수험생 A씨는 1교시 언어영역이 끝난 후 시험장을 나가야 했다. 시험을 치르던 중 도시락 가방에 들어있던 A씨 어머니의 휴대폰 벨소리가 10초가량 울렸기 때문이다. 일생일대의 시험을 치르는 자식의 도시락을 정성스레 싸고 실수로 넣어 둔 휴대폰 때문에 시험 도중 돌아와야 했던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A씨와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할지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수험생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는 획일적인 학벌사회에서 수년간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학업에만 매진했던 노력들을 생각하면 사소할 수 있는 일에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십만 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 사안에 극도의 엄격한 공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모두 이 조치에 수긍한다. A씨 역시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호소하기보다 “벨소리 때문에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겼다.

그런 점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입시비리는 온 국민을 충분히 분노하게 만들고도 남는다. 경쟁의 규칙 자체는 공정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순진한 기대가 헌신짝처럼 버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최씨와 정씨 뿐 아니라 숱한 조력자들이 있다. 정씨의 승마선수 경력을 위해 각종 특혜를 준 기관과 기업들, 명문대생 타이틀을 안겨주기 위해 동원된 학교 교직원들이 다.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정유라 씨의 교교시절 특혜 의혹과 관련, 청담고 등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교육감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고영권기자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정유라 씨의 교교시절 특혜 의혹과 관련, 청담고 등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교육감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고영권기자

청담고, 17일 출석하고 교사에게 막말해도 ‘이상 無’

우선 정씨의 학창 시절 특혜 의혹은 중ㆍ고교 시절 출결 사항에서 비롯됐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6일 서울 청담고와 선화예술학교 특정감사 결과 정씨가 고 3 때인 2014년에 총 수업일수 193일 중 17일만 학교에 나왔다. 무려 141일을 대한승마협회 등에서 받은 공문을 근거로 공결(출석 인정 결석) 처리했다. 뿐만 아니라 공결 대신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과제물을 단 한번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씨는 141일 모두 무단 결석 처리되고 고교 졸업 역시 취소될 상황에 처했다.

정씨가 2,3학년 당시 재임했던 박창호 전 청담고 교장은 정씨가 낸 공문의 사실 여부 및과제물 제출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공결 처리를 승인했다. 심지어 사후에 낸 공문까지 소급해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했다.

여기에 최순실씨가 정씨를 나무란 체육교사를 찾아가 수업 중 막말을 퍼붓고, 교사들에게 촌지를 건네는 등 교권을 무너뜨린 행동을 했는데도 학교에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정씨의 중학교 시절 출결도 엉망으로 드러났다. 그는 선화예술학교 3학년이던 2011년 수업일수 총 205일 중 86일만 출석했고, 성악을 전공하던 1,2학년 시절에도 승마대회 출전을 이유로 결석하고 ‘출석’처리됐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승마협회.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승마협회. 연합뉴스

승마협회, 규정 바꾸고 허위 공문서 남발

정씨는 초등학교 6학년(2008년) 때 5개 승마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이 중 4개가 혼자 출전해 우승한 대회였다.

이런 황당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대한승마협회(이하 승마협회)의 공인 승마대회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협회는 3인 이상 참가해야 대회를 여는 것으로 돼 있던 마장마술 규정을 2008년 1명이 참가해도 개최하는 것으로 바꿨다. 지금은 2인 이상으로 또 바뀌었다. 그 바람에 승마협회는 규정까지 바꿔가며 정씨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승마협회는 정씨의 중ㆍ고교 시절 공결 처리를 위해 허위 공문서를 수차례 발급해주기도 했다. 승마협회는 실제로 정씨가 출전하지도 않은 대회나 훈련에도 참가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발급해 줬다. 그래서 청담고 감사를 진행한 서울시교육청은 승마협회 공문이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 정씨 위해 문체부 국장 경질

정씨는 2013년 4월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 출전해 2위를 했다. 그러자 경찰이 경기 결과에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대대적으로 심판들을 조사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나서서 청와대 지시를 받아 이 사건을 조사했다. 조사를 맡은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은 정씨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올리고 나서 졸지에 한직으로 밀려났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불러 두 국장과 과장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언급하며 인사 조치를 하도록 압박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게시판에 최경희 총장 사퇴를 반기는 대자보고 붙어 있다. 뉴스1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게시판에 최경희 총장 사퇴를 반기는 대자보고 붙어 있다. 뉴스1

이화여대, 총장부터 교수까지 전방위로 정씨 비호

이화여대는 정씨의 최고조력자였다. 입학부터 학점까지 정씨의 대학 생활 전반에 편의를 봐줬다.

입학부터 문제였다. 정씨는 이화여대체육특기자 면접 때 지원서 마감 후에 받아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와 면접 위원들에게 제시해 최고점을 받았다. 그 바람에 서류 전형에서 9위였던 정씨는 종합평가 6위로 올라서며 최종 합격했다. 결국 정씨의 무리한 합격 때문에 점수가 앞섰던 2명이 면접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떨어졌다.

이를 위해 이대는 지원서 마감일 이전에 입상한 실적을 제시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무시했다. 당시 남궁곤 이대 입학처장은 면접위원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대 입학처 직원은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이 남 전 처장에게 이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

최경희 전 총장의 최측근 중 하나인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은 2014년 이화여대 체육특기생 전형에 승마 종목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체육과학부와 의류산업학과를 통합해 신설한 신산업융합대학 학장을 맡았다. 그는 두 학과를 넘나들며 정씨에 대한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경옥 체육과학부 교수

정씨의 입학 당시 면접위원 중 하나였던 이경옥 체육과학부 교수는 정씨가 수강한 ‘코칭론’ 수업을 맡아 부당하게 학점을 밀어준 교수로 지목됐다. 그는 비속어와 욕설, 오타로 점철된 정씨의 리포트를 받고도 문제 삼지 않고 학점을 줬다. 심지어 이메일까지 보내 정씨를 꼼꼼히 챙겼다.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정씨는 의류산업학과의 ‘글로벌 융합 문화 체험 및 디자인 연구’수업을 들었다. 정씨는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담당한 이 수업에서 비전공생이라는 이유로 대체 과제물만 제출하고도 학점을 받았다. 대체과제물 또한 문자메시지에 사진을 첨부해 성의없이 제출했다. 중국에서 진행된 패션쇼 실습 수업 또한 정작 패션쇼 무대에 서지 않아 사실상 불참했는데도 학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는 정씨를 따로 관리하며 학점 취득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류철균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대리시험 및 대리수강 의혹도 제기됐다. 정씨는 류철균 융합콘텐츠학과 교수가 진행한 ‘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의 기말시험에 불참했는데도 그의 이름이 적힌 답안지가 제출됐다. 류 교수는 정씨 대신 대리수강을 해 주고 답안지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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