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핵심'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영장실질심사 포기"

"국민과 저희 부하 직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군 지휘관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 기로에 놓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1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했다. 여 전 사령관은 12·3 불법 계엄 사태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꼽혀 왔다.

여 전 사령관 측은 이날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구속영장실질심사 절차에서 저의 구속 필요성을 두고 심문에 응하는 것은 국민과 저희 부하 직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들께 큰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도 지휘관인 저를 믿고 명령을 따른 부하들에게 씻을 수 없는 어려움을 초래한 데 대하여도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는 지난 3일 (김용현)장관의 명을 받고, 명령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의무감과 이로 인하여 빚어질 제반 결과 사이에 심각하게 고민하였으나 결국 군인으로서, 지휘관으로서 명령을 따랐다"며 "저를 믿고 비록 수동적으로나마 명령을 이행하여야만 했던 부하들은 최대한의 선처와 관용을 베풀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여 전 사령관에 대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병력을 출동시키고, 여야 대표 등 주요 요인 체포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여 전 사령관이 두 번째로, 지휘관 가운덴 여 전 사령관이 처음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