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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올 한 해 동물은 행복했을까

2024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매일 수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라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하고 또 듣는데 이달엔 '12·3 불법계엄 사태'라는 핵폭탄급 사안이 터졌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의 비상계엄 여파에 온 나라가 휩싸였고 인간 동물은 가슴을 졸이고, 안도하고, 분노하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 행복을 운운하는 게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다 행복하자고 사는 것 아닌가. 인간 동물의 경우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는 행복추구권은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도 보장돼 있다. 비인간 동물 분야를 담당하다 보니 올 한 해 이들의 삶은 나아졌는지, 행복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해의 중요한 동물 뉴스를 정리해 소개하고 있는데 3년 전부터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시민을 대상으로 주요 뉴스를 꼽는 설문을 하고 있다. 주요 뉴스 후보를 꼽으면서 비인간 동물 분야 이슈 역시 인간 동물만큼이나 다사다난한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1월 개식용 종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이외에는 밝고 긍정적인 뉴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새해 초 열린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를 위해 전국 양식장에서 인공번식으로 태어난 산천어들이 죽음을 맞았다. 시민단체들은 23일간 축제를 위해 '생산'되는 산천어가 6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축제는 내년에도 열린다. 지난겨울에는 폭설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로 인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 사체가 1,042마리나 발견됐다. 4월에는 건국대에서 마스코트로 사랑받던 거위 '건구스'가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샀고, 원인미상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의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고양이 반려인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또 돌고래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가 사망한 데 이어 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으로부터 무단 인수한 서울대공원 출신 큰돌고래 ‘태지’(퍼시픽리솜이 대니로 개명)까지 쇼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공분이 일었다. 정부가 '개식용종식위원회의 구성 및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가 지원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6월까지 입법 예고하면서 사육 농가들은 반발했다. 하지만 52만 마리 이상 사육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개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요원하다.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갈비뼈 사자라고 불린 '바람이'가 살았던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과 대구 아이니테마파크의 동물 200여 마리는 결국 또 다른 민간 동물원으로 이송됐다. 10월에는 충남 공주시 폐마 목장으로 불리는 불법 축사에서 퇴역경주마 10여 마리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방치돼 있었고 8마리는 사체로 발견됐다. 이 외에 애먼 맹견만 잡는 맹견 기질평가제, 사육규제 완화에 한 걸음 더 멀어진 산란계 복지,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은 450만 마리의 뉴스도 있었다. 인간도 행복하지 않은데 비인간 동물 행복까지 챙겨야 하냐는 얘기가 벌써 들려오는 것 같다. 행복은 인간-비인간 동물 순으로 오는 게 아니다. 내년에는 모두에게 올해보다는 행복한 뉴스가 많아지길 바란다.

동물기획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