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최 대행 "기금 신설안 마련, 3월 국회 협의"
미 신정부 대응방향 마련…예상가능 수준
"발표된 수준으로는 정부 신뢰 어려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지원하고자 대규모 기금을 조성한다. 규모는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두 배인 34조 원 이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우리 산업을 둘러싼 방정식이 복잡해지자 정부가 내놓은 조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주요 부처 장·차관을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철강 등 5개 산업협회장도 참석했다. 민·관이 함께 대응 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우선 정부는 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가칭)'을 산업은행에 신설하기로 했다.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17조 원)의 2배 이상 규모로, 저리 대출·지분 투자 등 다양한 지원방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첨단산업 분야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중소·중견기업 재정지원도 확대한다. 최 대행은 "구체적인 기금 신설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관련 법률 개정안을 3월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하겠다고 했다. 중국 AI 플랫폼 딥시크 출시 파장으로 우리나라 AI 산업이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가 AI 컴퓨팅센터 가동 절차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이달 중 '국가AI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세부 전략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최 대행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국회의 협조가 뒷받침돼야만 결실을 거둘 수 있다"며 반도체특별법 및 전력·에너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요청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는 관세전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5대 산업별 대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미국과의 대외협력(아웃리치)을 강화하고,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등 예측 가능한 수준의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라 대중 고율관세와 보편관세로 전자제품 가격이 뛰고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킬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미국 정부·의회·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양국 산업의 안정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우리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대응방향만 내놓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직접회로(IC) 수출액이 106억8,000만 달러(전체 수출의 7.5%)에 이르는 등 나라 경제가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안일한 접근법이라는 지적이다.
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본처럼 최고 통수권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우리 반도체의 장점을 알리고 상대국 전략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협상하는 게 중요한데, 그게 안 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자동차 산업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한국산 제품에 10~20% 보편관세 부과 시 수출 물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30일 유예되긴 했지만, 미국이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이 실행되면 해당 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자동차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 현지화 노력과 아세안 등 타지역으로 투자·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방향일 수 있지만,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대방이 있어 정부가 협상 전략을 원칙적 수준에서 언급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최소한 협상 준비가 충분하다는 신뢰를 국민에게 줄 필요가 있는데, 발표된 수준으로는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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