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모델 성능 한계로 오픈 모델 주목
수익보다 비즈니스 응용 확대에 유리
양질의 데이터 확보, 생태계 활성화로
한국만의 AI 응용 서비스 영역 넓혀야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와의 공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우리는 다른 오픈소스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다고 생각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진행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MA)’ 세션 도중 ‘인공지능(AI) 모델 가중치와 연구 내용을 공개할 생각이 있나’라는 한 사용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폐쇄형 전략의 선두주자인 오픈AI가 자사 전략의 한계를 일부 인정하며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올트먼 CEO의 결정은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딥시크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인 딥시크-R1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에 공개된 코드를 활용하는 ‘오픈소스’의 힘이 있다. 나아가 딥시크는 자사 모델의 소프트웨어 코드와 가중치, 활용 백서 등을 공개해 AI 생태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개방형(오픈) 모델이 부상하면서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방형 딥시크-V3 성능 폐쇄형 GPT-4와 비슷
2023년 등장한 메타의 파운데이션 AI ‘라마’를 필두로 오픈 모델의 영향력은 계속 커져왔다. 유럽 대표 AI 기업인 미스트랄AI와 미국의 IBM, 애플 등이 모두 자체 AI 모델을 오픈형으로 내놓은 데 이어, 중국 기업인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은 ‘큐원’ 모델을 공개해 추격하고 있다. 국내 주요 모델인 LG AI연구원의 ‘엑사원’도 오픈 모델이다.
오픈 모델은 진입 장벽이 낮고 확장성이 큰 게 장점이나, 챗GPT 같은 폐쇄형 모델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보안이 취약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오픈 모델의 성능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반면, 높은 비용을 투입한 폐쇄형 모델의 성능 향상이 한계에 부딪히며 여러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오픈 모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AI 모델 성능 평가 지표인 ‘MMLU프로’에 따르면, 딥시크-V3 등 개방형 모델의 성능은 폐쇄형인 GPT-4나 앤트로픽의 클로드3.5와 비슷하다.
AI 산업 트렌드가 ‘온디바이스(내장형) AI’로 바뀐 것도 오픈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스마트폰, 노트북을 비롯해 다양한 기기에 AI를 탑재하려면 맞춤형 소형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이를 새로 개발하기보다, 경쟁력 있는 대형 오픈소스 모델을 축소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개발 효율성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딥시크가 모델을 공개한 것은 선점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중국은 딥시크 이전부터 오픈소스 AI 형태로 경쟁을 해왔고, 이는 앞으로 미국 대 중국의 오픈소스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지난달 30일 4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 오픈소스 표준을 미국이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경쟁 구도에 불을 붙였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분야별 전용 데이터센터로 AI 서비스 시도를"
다만 수익 측면에선 폐쇄형을 추구하는 흐름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폐쇄형 모델에 대한 투자금은 375억 달러(약 54조 원)로, 오픈 모델(179억 달러·25조 원)에 비해 투자 유치와 수익 창출에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오픈AI는 딥시크 파장 이후 챗GPT 무료 사용자에게 최신 대형언어모델(LLM)인 o3-미니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동시에, 고성능 추론형 AI에이전트인 ‘딥리서치’를 공개하며 챗GPT프로(구독료 월 200달러) 사용자에게만 우선 제공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오픈소스 경쟁의 확장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개발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더 다양한 응용형 AI 서비스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제조업이 발달한 만큼 가전제품이나 키오스크 등에 활용할 온디바이스 AI 투자를 통해 우리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 이를 위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생태계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인텔코리아 부사장이자 의료AI 기업을 창업한 이주석 연세대 AI반도체학부 교수는 “제조부터 의료까지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는 많지만, 칸막이가 높고 공공데이터 역시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며 “예를 들어 철강, 자동차 등 특정 산업이 강한 지역에 관련 데이터 전용 센터를 만들고 활용 기업을 모집하는 등의 거버넌스로 AI 응용 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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