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집회에는 수십만 명(주최 측 추산 150만명)이 몰려 주변 도로를 가득 메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모였다고 한다. 집회 참가자들은 “검찰 개혁” “조국 법무부장관 수호” 등의 구호를 외쳤다.
많은 시민이 촛불을 다시 든 것은 검찰의 조 장관 수사 논란 때문이다. 이날 주최 측은 “검찰이 조 장관 가족을 피의자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는 정치 개입과 과잉 수사, 피의 사실 유포 논란을 불렀다. “벌떼 수사” “먼지털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실제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소지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검찰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됐던 것들이 고스란히 되풀이됐다는 게 문제다.
검찰은 27일 ‘검찰 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부터 이런 입장을 수 차례 명확히 했고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불법과 비리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위 고하나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수사하는 게 검찰의 임무며, 이번 조국 수사도 예외는 아니다. 검찰은 정도 수사로 조 장관 의혹을 명백히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제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수사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이런 요건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치권도 다시 일어선 촛불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검찰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패스트랙에 올라간 뒤에도 두 달 넘게 논의가 멈춰서 있다. 사개특위 위원장과 소위원장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공전 상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작 본업은 제쳐두고 유불리만 따지며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촛불집회는 정치권과 검찰이 제 역할을 안 하면 국민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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