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 <하>확산과 폐해 막으려면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교수 인터뷰
“경제사범으로 인식 전환 필요… 공범 수익도 추징해야 하며
범죄 수익의 5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세범 사례를 참고하고
성매매 수익 투자로 인한 추가 이익까지 추징 가능해야”
“성매매를 경제 범죄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성매매 확산 속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단속 주체나 사법 당국 모두 성매매 사범의 경제적 이득을 박탈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징벌적 추징이 이뤄지는 마약, 재산 국외 도피 등처럼 몰수ㆍ추징의 강제력을 높여야 합니다.”
성매매 알선업자(포주)나 장소를 제공하는 건물주 등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는 성매매. 결국 성매매는 돈의 문제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성매매를 사회 질서를 해치는 풍속 범죄로 접근 할 것이 아니라, 경제범죄로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2004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이 도입될 때 성매매 수익을 박탈해 국고에 귀속시켜 성매매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성매매 범죄의 억지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몰수ㆍ추징 규정(제 25조)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대로 적용이 안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성매매 수익 몰수ㆍ추징은 검찰이나 사법부 재량에 의해 좌우된다”며 “성매매처벌법에는 강제성을 부여한 필요적 조치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에서는 임의적 규정을 두고 있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사유재산권을 제한해서 되느냐는 반발을 의식해 오피스텔 같은 값비싼 부동산은 선뜻 몰수ㆍ추징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건물 주인이 ‘성매매가 이뤄졌는지 전혀 모른다’고 버티면 어쩔 수 없다는 식입니다.” 그는 “성매매 수익에 대한 조치는 성매매처벌법을 근거로 이뤄져야 한다”며 “성매매 단속 시 지방자치단체나 수사 기관이 건물주에게 해당 건물이 성매매에 쓰였다는 점을 적극 공지해서 몰랐다는 핑계를 댈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주의 수익은닉은 교묘하다. 박 교수는 “적발 업소 대부분이 실제 업주 대신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있고, 장소도 자주 바뀐다”며 “또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지고 영업장부 확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드를 썼더라도 가맹점 명의를 빌려 업소 이름을 일반 식당으로 바꿉니다. 배후에 조직적 범죄 집단이 개입해 치밀하게 분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요. 상황이 이러니 실제 업주 파악을 위해 필요한 금융거래조사, 세무조사, 추징보전명령, 가압류, 범죄 수익 확정 등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제도 보완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일반적 추징은 실제 수익을 얻은 주체를 찾아 그 수익만 추징할 수 있는 반면 징벌적 추징은 공범들의 수익도 전부 추징 대상”이라며 “마약류 관리법 위반, 밀항단속법, 관세법 위반, 재산 국외 도피 같은 범죄에서는 징벌적 추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3년 성매매 알선업자가 불법 마사지 업소 운영을 위해 직원에게 지급한 급여는 노무 대상이라며 추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급여나 성매매 여성에게 주는 대금 등은 성매매 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원활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이기 때문에 범죄 수익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범죄 수익의 5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세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집행 시점도 재판 확정 이후에는 보유 재산을 처분하거나 숨겨버릴 수 있으니 기소 전 늦기 전에 몰수ㆍ추징 보전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애초 수익금뿐 아니라 그 수익금으로 인한 추가 이득까지 몰수ㆍ추징 대상을 넓혀야 한다. 박 교수는 “성매매 수익금 1억원과 범인이 투자한 1억원 등 2억원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 부동산 가격이 4억원으로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는 성매매 수익금 1억원만 추징할 있다. 그러나 공무원 범죄에 대한 몰수는 건물 지분의 절반 혹은 그 가격의 절반인 2억원을 추징할 수 있으며 성매매도 이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