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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리/김창열 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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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리/김창열 칼럼(토요세평)

입력
199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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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순 일본정부(자치성)가 신문마다 1면 돌출광고를 냈다. 『정치가의 기부는 벌칙으로 금지』가 그제목이다. 광고는 작년말 일본국회를 통과한 개정 공직선거법이 2월1일부터 시행됨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개정된 내용은 두가지―. 하나는 입후보자ㆍ입후보예정자ㆍ공직자의 기부행위,유권자가 기부를 강요하는 행위,유료인사광고를 내는 행위,본인이 출석하지 않는 경조사에 화환이나 부의금ㆍ축의금을 보내는 행위를 금지하며,위반하면 최고20만엔의 벌금을 물린다는 것,다음은 연하장등의 인사장돌리기를 전면 금지한다는 것이다.지금 한창 열이 오른 일본 중의원 총선은 이 개정선거법이 시행된 사흘 뒤에 공고가 됐고,15일의 운동기간을 거쳐 내일(18일) 투표한다. 그러니까,이번 총선은 35년 장기집권해 온 자민당이 의석 과반수를 계속 유지하느냐가 초점이지만,일본 사람들이 이르는 바 「정치개혁입법」의 실효가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할 첫번 기회도 된다.

겉에 나타난대로 하면,지금까지의 선거운동 양상은 전례에 비추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금권정치의 나라라는 국제적 정평에 걸맞게,자민당은 근 10억달러(약7천억원)의 자금을 동원하고 있으며,투표 이틀을 앞둔 전망은 자민당의 과반수 확보가 무난하다는 것이다. 리크루트사건으로 곤경에 빠졌던 나카소네전총리,게이샤(기생) 추문에 밀려 퇴임한 우노전총리등 「스캔들의원」들도 거의다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해서,식자를 탄식케하고 있다고도 한다(한국일보 16일자 5면 정훈 특파원).

그렇다면,몇해를 두고 자민당 정권을 뒤흔들어 온 정치스캔들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또 정치인의 기부ㆍ인사장 금지등의 「정치개혁입법」은 너무 사소한 것이라서 거의 무의미했다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바로 타산지석일지 모른다. 일본의 개정선거법의 효과가 어떤 것일는지는,선거가 끝나봐야 알겠지만,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씀씀이로 보아서는,일본의 개정 선거법과 같은 취지의 규제가 우리나라에서 더 시급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남의 호주머니사정을 속속들이 알길은 없지만,사석에서 적자타령 않는 국회의원은 만나기가 어렵다. 대강의 말을 들어보면 적게쓴다는 이의 한달지출이 국회의원세비의 4∼5배,그중 경조비ㆍ기부금과 지구당유지비가 각각 세비를 약간 상회한다. 그러니까,국회의원노릇의 한달비용은 줄잡아 8백∼1천만원,경조비ㆍ기부금이 2∼3백만원이란 셈이 나온다. 이래서 한달적자를 6∼7백만원으로 잡는다면,경조비ㆍ기부금의 비중이 엄청남을 알 수가 있다. 그렇기때문에 경조비ㆍ기부금의 규제,그리고 한번에 2∼3백만원이 드는 인사장돌리기의 금지등은 의원활동의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국회의원을 보아주는 측면이 더 두드러진다. 적자의 부담과 돈줄대기 수고를 덜어주는 효과가 클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명색이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혼자서 경조비ㆍ기부금을 안떼낸다,인사장도 안돌린다고 잡아떼기는 어렵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다함께,형식이야 입법이든 선언이든,미풍양속을 해치지않는 범위안에서나마,화환은 안 보내겠소,인사장도 안돌리겠소―할 도리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이로써 정치와 정치자금,정치인과 돈의 함수관계를 바로잡는 꼬투리를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싶은 것이다.

이와같은 생각은 검찰의 박재규의원 구속이 다시 일깨운 것이다. 작년 9월 박의원 사건이 터졌을 때 그토록 분분하던 「정치와 돈」의 논의도 그와같은 결론을 도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의원사건이 터지자 맨먼저나온 제안은 의원윤리강령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때 공화당이 서둘러 내놓았던 11개항의 윤리강령초안은 「국회회기중의 결혼식 주례,가정의례준칙에 어긋나는 화환ㆍ조화ㆍ축의금ㆍ부의금ㆍ화분ㆍ기타물품의 증여」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논의는 다시 들을 수가 없다.

이 보다 근원적인 것으로는 정당의 국고보조를 대폭 늘리고,후원회를 활성화하는 등의 정치자금법 개정작업이 있었다. 정치자금을 양성화해서 「검은돈」을 없앤다는 취지였다. 이 개정안은 4당이 합의하여 정기국회 회기말에 통과됐다. 그러나 아직 시행령이 나오지않아 실제 시행이 안되고 있고 예산조치도 없다.

또 공직자윤리법 개정 논의가 재개됐으나 결국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공직자의 재산등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재산을 공개하도록 규정한 이개정안은 이미 재작년 11월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인데,지금껏 낮잠을 자고 있다.

이세가지의 논의는 결국 정치자금의 쓰임을 줄이되,그 흐름을 공명하게 하며,감시를 철저히 한다는 각기의 기능으로 보아,「정치개혁입법」으로서 제골격을 갖춘 것이라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작년말의 여소야대 4당국회는 내 수입과 직접관계되는 정치자금법과 의원세비인상안만 가결하고,나머지는 어물쩡해 버렸다.

그래서 곧 열릴 임시국회논의가 박의원 구속이 일깨운 이들 숙제를 모른 체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마침 거대여당의 개혁의지를 묻는 소리가 높고,또 통합여당의 일본 자민당식계보ㆍ금권정치를 걱정하는 소리도 적지 않으니,차제에 윤리입법의 숙제를 단칼에 풀어서,여대정국의 지향을 뚜렷하게 함이 어떤가―고 신당에 묻고싶다. 신사고로 정계를 개편했으면,그에 합당한 신윤리―새정치윤리의 정립도 마땅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임고문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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