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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되는 이라크 식량난 배정근특파원 현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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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되는 이라크 식량난 배정근특파원 현지르포

입력
1990.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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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줄서기 자고나면 길어져/1인 한달에 쌀 2㎏ 배급/우유는 돈있어도 못구해/수입의존 70%… 전시용 비축도 큰 압박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지난 5일 TV연설을 통해 『이라크 어린이들이 우유가 없어 죽어가고 있으며 어머니는 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비인도적 경제봉쇄를 비난함으로써 이라크의 식량사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공식화했다.

후세인대통령의 말처럼 현재 이라크에서는 경제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물자난,그중에서도 특히 식량난이 이라크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만큼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의 하나가 빵을 파는 상점앞에 늘어선 줄이 하루가 다르게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그다드시내 곳곳에서는 빵가게 앞에 수십명이 몇시간씩 줄을 서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이 줄은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기자는 7일 하오 바그다드 동부 마그바지역에 있는 한 빵가게를 방문했다. 이 빵가게는 시에스터(아랍인들의 낮잠시간) 시간이 끝나는 하오 5시30분부터 문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2시간전부터 십여명의 이라크인들이 줄을 서서 상점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바그다드 서부 만수르거리에선 빵을 파는 트럭에 10여명의 이라크인들이 몰려들어 아우성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트럭은 개인당 빵을 한봉지이상 팔지 않았다. 시내에 있는 몇군데 식당을 찾아가 빵과 밥을 주문했으나 주인들은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바그다드에서 취재중인 외국기자들은 이라크의 식량난을 상징하는 줄서기의 모습을 촬영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라크정부 안내인들은 촬영을 일체 허락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물품은 빵외에도 쌀ㆍ밀ㆍ우유ㆍ설탕ㆍ채소ㆍ식용유ㆍ비누 등과 의약품 등이다. 이라크정부는 지난달말부터 이들 품목에 대해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배급제가 아직 완전히 정착된 것은 아니나 1인당 한달사용량으로 설탕 1.5㎏ 쌀 2㎏ 채소 0.25㎏ 우유 3통 밀 8㎏ 비누 1개 등이 배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배급량은 이라크들이 평소 사용하는 양의 절반정도라고.

후세인대통령은 서방의 경제봉쇄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이라크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식량소비량을 반으로 줄이라고 촉구했는데 이같은 기준에 따라 배급량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품목중 빵은 사는 것이 가능하지만 우유와 설탕등은 아무리 많은 상점을 돌아다녀봐도 구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이들 부족품목을 파는 암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 이라크인은 유아용 분유를 1백디나르(이라크화폐)라는 엄청난 값을 주고 산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인들의 한달 평균 급여가 1백50디나르선임을 감안할 때 이같은 말이 사실이라면 실로 엄청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식량난은 일차적으로 이라크가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서방의 해상봉쇄로 수입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식량자급률은 밀 21% 쌀 25% 콩 10% 우유 80% 보리 92%정도로 전체식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한다. 여기에다 전쟁을 앞두고 있는 1백만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량의 비상식량을 비축해야 하고 이번 사태로 1백만명이상의 외국인이 쿠웨이트에서 탈출,바그다드에 대피해 있기 때문에 식량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약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붕대 머큐로크롬등 구급약품도 구하기 어렵다. 한 약국주인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조만간 다른 약품들도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따라 이번 사태 초기에는 식량등 생필품에 대한 매점매석 선풍이 불었으나 『매점매석을 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는 후세인대통령의 경고로 매점매석은 외면상으로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시장과 주택가에는 경찰이 요소요소에 배치돼 매점매석이나 불법물자거래를 삼엄하게 단속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6일 기자가 유아용 분유를 파는 한 비밀상점을 수소문해 찾아갔을 때 이 상점앞에 경찰백차가 달려와 상점주인을 조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러나 이들 품목을 제외한 다른 물자들은 아직까지 공급부족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바그다드시내 시장이나 상점을 가보면 물자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물건이 가득 쌓여있고 거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쿠웨이트 합병이후 많은 소비재가 바그다드로 반입돼 외제 가전제품 콜라 담배 등 품목은 이전보다 풍부해진 반대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경제봉쇄가 지금처럼 강력하게 계속된다면 이라크의 경제는 길어도 6개월이상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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