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수해가 났다. 목숨을 잃고 집을 잃고 도로와 교량이 파손되고 산이 무너져 내리고 둑이 터져 아수라장을 이룬 가운데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판에 박은 듯한 상황이 그대로 전개되고 있다.온 국민이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홍수통제실의 상황판을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장관들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예비군과 민방위대 군ㆍ경과 공무원들이 총동원 돼 수방과 재해복구작업에 나서고 일단 숨가쁜 국면을 넘기고 나면 수해성금을 걷고하는 식으로 모든일이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돼 나가고 있다.
지난 일요일 『흐리고 가끔 비』라는 일기예보가 나왔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일기예보와는 관계없이 심상찮은 느낌을 갖고 있었다. 며칠씩이나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다가 일요일밤 요란한 천둥번개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을때 『괜찮을까』『무슨 일 나겠는데』하는 얘기들이 벌써 있었고,월요일에는 이미 수해로 빚어질 일련의 상황공식처럼 전개돼 나갈 상황들을 예감하고 있었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난 사라호 태풍때부터 2∼3년 간격을 두고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똑같은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외우다시피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수해가 나면 복구와 구호가 급하기 때문에 갑론을박 따질 계제도 못되고 그러다보면 또 시일이 흘러 아무런 반성이나 개선도 없이 그냥 잊어버리고 지나다가 잊을만하면 또 수해를 당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식으로 수십년을 지내온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황이 없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언제고 한번은 확실하게 따져보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수해가 나는 것은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일시에 많은 비가 내릴 때 물처리가 제대로 안되기 때문인데 그 물처리의 과정첫째 산과 지표의 흡수능력,둘째 도시의 하수도와 농어촌의 도랑 개천의 처리능력,셋째 강과 하천의 처리능력에 대한 체계적인 평소 점검과 정비가 있었는지 여부를 우선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나무 1그루당 1톤의 물저장능력을 갖도록 할 수 있는 이른바 「새끼(자)저수지」같은 것을 만든다든지 사방사업과 녹화사업등 치산이 제대로 되고 계곡정비와 소규모 산간 저수지 같은 것들이 시행은 고사하고 연구나 한번 돼봤는지,서울등 대도시의 하수처리에 관한 체계적인 검토나 무슨 개선계획 같은 것이라도 있었는지,강과 하천예를 들면 한강의 준설이라도 제대로 돼있었는지 또는 제방이나 둑의 수방능력과 수해시의 강우량처리 실적에 대한 경험적 검토기록이라도 있는지 등등을 한번 제대로 따져 봐야 하는 것이다. 수해는 어떻든 극복이 될 것이고 얼마간의 세월이 흐르면 또 잊어버리고 내년이나 2∼3년후면 또 똑같은 수해를 입고 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만은 한번 확실하게 따져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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