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탈고립ㆍ경협위해 긍정적/4국 교차승인ㆍ한국 유엔단독가입 저지 의도/일선 북 진의 의심 “조기성과 어렵다”견해많아일본과 북한과의 움직임이 심상치만은 않다. 국교정상화를 전제로 하는 연락사무소 설치가 이미 합의단계에 이르렀는가 하면 북한이 6년째 억류중인 제18 후지산(부사산)호 일본인 선원 2명도 곧 석방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 북한간의 이같은 급속한 접근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가네마루(금환신) 전 부총리와 사회당의 다나베(전변성)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양당의 북한방문을 계기로 피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가네마루가 집권 자민당내 최대파벌인 다케시타(죽하)파의 회장이며,일본 정계의 막후실력자라는 점에서 그의 이번 평양행은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방북단 파견은 지난주말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선발대 단장 이시이(석정일) 자민당 외교조사회회장 대리의 귀국보고를 근간으로 결정된 것. 이시이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일 북한간 최대현안인 후지산호 선원문제 해결에 조기협력할 뜻』을 비쳤다는 것이다.
이 문제뿐 아니라 북한측은 동경과 평양에 대사관기능을 가진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가네마루 전 부총리의 제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일본 통신위성 이용이나 양국간 직항전세기 운항문제에도 큰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사회당이 적극적인 중개역할을 하긴 했지만 북한측이 정부간 교섭을 전제로한 자민당대표단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국제적인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고육지책임이 분명하다. 랑군폭발사건,KAL기 폭탄테러등 북한의 테러행위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제재하는데 앞장서온 일본이지만 적대관계를 더이상 계속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반도전문가들은 그런 사정의 한가지로 한국이 소련 및 중국과 급속도로 관계를 개선해가고 있는 데 대한 불안을 거론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이를 발판으로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하려는 것이 북한측의 새로운 대외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속사정에는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엔 단독가입을 저지하려는 목적도 숨어있다고 일본언론들은 보고 있다.
즉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소련과 중국이 한국을 승인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승인하는,이른바 크로스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요구하려는 속셈이라는 것.
그밖에 일본의 경제협조가 절실해진 국내경제사정도 큰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당 요인들의 잇단 방북이나 이번 자민ㆍ사회당 합동선발대와의 접촉에서 북한은 일관되게 식민지지배 36년간의 과거사에 대한 공식사죄와 보상을 요구해왔다. 벅찬 국방예산,아프리카등 제3세계에 대한 원조등에 막대한 돈을 쏟고 있는 북한은 최근 소련의 경제협력 및 군사협력이 크게 삭감한데다 석유값을 외환으로 결제하라는 압력까지 겹쳐 지난해 국제수지는 10년래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같은 경제난을 타개하려면 국교를 전제로 하더라도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보상」과 「경제협력」이란 이름의 차관을 받지않을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아직 북한과 일본 어느쪽에서도 보상액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보상과 경제협력을 합쳐 「50억달러정도」면 어떠냐』는 말이 일본정계와 관가에서 나도는 것은 단순히 일본측의 주먹구구만은 아닌 것 같다. 50억 달러의 산출 근거는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액수이다. 65년 한일 협정 당시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합계 5억달러를 주었고,80년대 중반 40억달러를 경제협력이란 이름으로 빌려주었으니 북한에도 그정도는 주어도 괜찮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공식사과문제도 일왕과 총리가 한국에 대해 발언한 정도라면 무방하다는 것이 자민당과 정부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외무성과 대장성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해 이번 가네마루 방북에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외무성에서는 『가네마루 전 부총리의 방북때 제18후지산호 선원 2명의 석방이 이루어진다는 확증이 없다』는 이유로 북한측의 진의를 의심하는 소리가 높다.
또 자민당일각과 대장성에도 『두나라간의 대화는 환영하지만 국교를 정상화하려는 북한측의 의사가 명확히 천명되지 않는 한 보상문제 협의에 응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통신위성사용,직항전세기취항,일본 여권의 북한조항삭제같은 문제는 서로가 마음만먹으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락사무소 설치,사과와 보상등 국교수립을 전제로 한 정부레벨의 교섭은 한동안 밀고 당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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