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핵폐기물처리장계획이 신문에 보도된 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30일 저녁 과기처의 한 고위간부는 일부 과기처 출입기자들과의 저녁식사 모임에서 바로 그날 현판식을 가진 원자력 제2연구소가 무엇을 하게 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곳이 핵폐기물을 중간저장ㆍ관리할 곳임을 암시하면서 『위치는 대덕연구단지에서 1시간 거리의 섬으로 지도를 펴놓고 보면 뻔하다』고 말했다. 2일자 석간신문부터 『안면도에 핵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선다』는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으나 과기처는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후 각 신문에 연일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기사가 대서특필되고,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져나왔으나 과기처는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과기처가 공식입장을 처음 밝힌 것은 신문에 안면도가 언급된 지 4일 후인 6일이었다.그날 정근모 과기처 장관은 『안면도의 핵폐기물 영구처리장설치계획은 확정된 바 없으며 충남도와 협의해 서해과학연구단지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해과학연구단지에 유치될 원자력 제2연구소란 결국 핵폐기물의 저장ㆍ관리를 할 기관이므로 「영구」처리장이 아닐 뿐 안면도에 핵폐기물 중간처리장이 들어서는 것은 뻔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과기처는 계속 서해과학연구단지만을 강조하는 미련한 속임수로 일관했다.
안면도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과기처의 원자력관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기자들을 대부분 따돌렸으며,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일부 언론에 『무인도에 영구처리장을 세울 계획』이라는 등의 설을 흘려 문제의 초점을 돌려보려고 애썼다.
원자력관계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진 정 장관이 핵폐기물처리장계획을 세우면서 주민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프로그램을 함께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아무런 주민 설득과정없이 기자들에게 식사자리에서 무책임하게 계획을 발설한 간부의 태도는 더욱더 이해하기 어렵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핵폐기물처리장은 과기처 원자력관계자의 말대로 무인도가 아니면 어디든 들어서기가 어렵게 됐으며,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오히려 한발짝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원자력이란 일반국민이 생각하 듯 무조건 위험한 것이 아니고,이미 40여 년의 기술이 축적되어 얼마든지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득시켜야 할 과기처의 대응자세는 어이가 없을 만큼 비과학적이었고,평화롭게 살던 안면도주민을 「폭도」로(한걸음 더 나아가 「전과자」로) 만든 불행한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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