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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MBC 공동 연중캠페인(교통사망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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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MBC 공동 연중캠페인(교통사망 줄이자)

입력
1991.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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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이 내아들 죽였어요”/7대 독자 잃은 이주일씨 보름째 시름의 나날/“술장사하는 애비탓” 자책/“차없는 세상 됐으면”/끼니 잊은채 한숨만「코미디계의 황제」로 불려온 이주일씨(52·본명 정주일)는 가시밭 같았던 성공의 뒤안길을 잊지 않고 살면서 불우한 사람들을 늘 도와온 우리의 친근한 이웃이었다. 그가 TV나 무대에 등장하면 사람들은 코미디언에게도 슬픔이 있으며 코미디언도 가정에서는 엄격한 가장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지 않은채 웃곤 했다.

그러던 이주일씨는 지난달 22일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7대독자인 그의 아들 정창원씨(28·미 버지니아 위슬리언대4)가 교통사고로 숨진 사실과,이씨가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창원아 아 나쁜 놈아』를 되뇌며 통곡했다는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이씨의 아들은 음주운전때문에 죽었다. 자신이 캐피탈호텔 나이트클럽,극장식당 홀리데이 인 서울 등 「술장사」를 해온것이 아들의 죽음과 관계있는 것처럼 자책하는 이씨는 요즘 술에 젖어 산다.

지난달 26일 화장한 아들을 도봉산에 뿌리고 공주 마곡사에 위패를 안치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끼니도 거르고 술만 마셔 얼굴이 부스스하고 초췌하다.

창원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달 22일 새벽2시20분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아파트 1동 앞 경부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이씨의 운전사 김상주씨(33)가 과속으로 몰던 로얄프린스 승용차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3바퀴나 굴러 창원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김씨는 중상을 입었다.

이들이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사실은 이씨에게 가슴을 저미는 아픔을 안겨주었다. 음주운전이 자기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는 것이다.

이씨의 아들은 미국 유학 4년동안 차없이 살아왔다. 지난 9월중순 결혼을 하기위해 귀국하자 이씨는 이제 차를 가질 나이가 됐다는 생각에서 월부로 차를 사주면서 월부금 25만원은 아들에게 내도록 했다.

과외지도 아르바이트로 차값을 내려했던 창원씨는 돈이 모자라자 사고전날 아버지에게 내줄것을 부탁했다가 『유학까지 한 놈이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혼이난뒤 평소 형처럼 따르던 김씨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귀국후 10번정도 선을 보았던 창원씨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다고 했었고 죽지 않았더라면 12월초가 양가가 만나 결혼문제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남들도 다 어렵게 키우겠지만 잘 살며 키운 자식이라면 덜 슬플 겁니다』

끼니도 잇기 어려웠던 시절에 얻은 아들이 「버릇없는 코미디언의 자식」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하려고 같은 밥상에 앉지 못하게 할 만큼 엄격하게 키운것도 이씨에게는 한이 되고 있다.

사고소식을 들은 부인 제화자씨(52)는 그대로 실신,아직도 입원중이며 미국유학중 급히 귀국한 두딸중 언니(26)도 어머니와 같이 입원했다가 지난 5일에야 퇴원했다. 그러나 이씨는 슬픔속에서도 예정대로 TV프로그램 녹화약속을 지켰고 조의를 표해준 사람들에게 찾아다니며 깍듯이 사의를 표했다.

또 아들의 어릴적 이름을 딴 문화사업회사 월암실업의 장학사업을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월암장학재단으로 만들어 불우고교생들의 대학진학을 도와주기로 했다. 월암실업은 아들에게 물려주려던 회사이다.

이씨는 『창원이가 내곁을 떠나간 것은 남들을 위해 더 봉사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있다』고 눈물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지금 술로 슬픔을 달래고는 있지만 술도 차도 다 없어지고 옛날처럼 마차타고 다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자신의 업소앞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관을 원망했던 이씨는 『왜 다른 차는 잘 잡으면서 창원이가 탄 차는 단속 못했느냐』고 원망도 많이 했다고 말한다.

이씨는 『음주운전하면 우리 애같은 꼴을 당한다. 그럴때 누굴 원망하고 어디가서 하소연 하겠느냐』며 『앞으로 방송활동을 할때 꼭 음주운전 금지 캠페인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이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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