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5%·장비 5%… 나머진 담력/NG 막으려 수십번 심상연습/격투기등 통달… 죽을 고비도 10여차례자동차의 연쇄충돌,절벽밑으로의 추락과 연이은 폭발,대형유리창을 부수고 튕겨나가는 장면 등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액션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극적 요소들이다. 스턴트맨들은 이 짧은 몇초의 「재미」를 위해 목숨을 건다. 국내 영화계를 통틀어 20여명밖에 되지않는 스턴트맨중에서 단연 1인자로 꼽히는 정사용씨(29)는 『한번의 실수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스턴트맨들은 생사를 걸고 도박을 하는 냉엄한 승부사』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정작 액션에 들어가면 위험을 의식할 여유조차 없다. 돌발상황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본능적인 느낌만으로 순식간에 일을 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각종 격투기를 비롯,자동차·오토바이질주,스카이다이빙,스킨스쿠버 등 각 분야에 두루 능숙한 정씨는 자동차폭발직전 탈출과 로프를 이요한 묘기가 특기다.
지난해 TV드라마 「장미빛인생」에서 여주인공의 출산소식을 듣고 차를 급하게 몰고가던 남자주인공이 차와 함께 언덕밑으로 추락,사망하는 장면이 정씨가 해낸 대표적인 예.
당시 원래 계획은 대역인 정씨가 운전하다 언덕밑으로 차를 굴리면서 탈출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정씨가 좀더 극적인 효과를 욕심내 자동차에 콤퍼지션화약을 장착,폭발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젖은 담요 1장을 달랑 보호장비로 갖고 연기에 들어간 정씨는 마지막 순간에 절묘하게 탈출,목숨을 건졌으나 스태프들로부터 『너무 무모하다』고 큰 질책을 받았다.
또 「춘사 나운규」 촬영때는 사람을 구해내다 온몸에 불이 붙는 장면을 대역했는데 소방복을 안에 껴입고 좀더 큰 불길을 내기위해 겉옷에 본드를 발랐다. 이때 정씨는 여러군데 화상을 입었다.
지난 90년에는 「겨울이야기」에서 국내드라마에서는 처음으로 주행하던 차를 뒤집었다. 뒷바퀴 라이닝을 모두 제거하고 1백㎞ 이상 달리다 전복된 차안에서 그는 안전벨트를 매지않은채 운전석의자를 미리 뒤로 젖혀놓는 방법으로 아무런 상처없이 연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한번 NG를 내면 똑같은 위험상황을 반복해야하므로 수십번의 「심상연습」을 거쳐 단번에 끝내야한다. 카메라의 위치,연기순간의 결정 등도 그의 몫이다.
달려오는 차에 부딪치는 장면의 경우 운전자와의 호흡이 절대적이지만 만일에 대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정씨가 갖추고있는 보호장비라야 허리충격완화대,부분보호대,각종 안전벨트,소방복 등 지극히 초보적인 것이지만 이것들조차도 스스로 스포츠용품점에 의뢰해 제작했다.
원격조종장비등 최첨단보호용구를 전문적으로 갖추고 있는 미국·홍콩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건이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설탕으로 특수유리를 제작,부상위험을 「원천봉쇄」하고 있지만 국내형편에서는 보통의 유리창을 미리 유리칼로 수십번 금을 내 몸이 부딪칠때 날카롭지 않게 깨지도록 하는 「원시적」 방법을 쓰고 있다.
고층에서 뛰어내릴때도 외국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대형에어백조차 없어 고작 매트리스나 그물망을 쓰고 심지어 라면박스를 수백개 겹쳐놓기도 한다.
정씨는 『우리 스턴트맨들이 하는 위험연기는 담력 90%,운 5%에 안전장치는 5% 정도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개런티는 영화 1편당 평균 1백만원에 불과,생계를 꾸리기도 힘든 실정이다.
공수특전대원출신으로 수백번의 스카이점프와 특공무술로 단련된 정씨는 87년 스턴트맨을 겸업하던 무술 도장사범이 아파 대신 출연하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이때 높이 10m의 폭포를 뛰어내리는 장면을 멋지게 해내 MBC에 특채된 이후 40여편의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10여차례 죽을 고비를 포함,숱하게 위험과 맞닥뜨린 탓에 1백80㎝,75㎏의 건장한 체구에는 20여개의 상처가 남았다.
『이미 스턴트와 결혼했다』는 정씨는 아직 미혼.
스턴트연기를 작품의 보잘것 없는 액세서리쯤으로 생각하는 감독이나 PD들의 인식을 고치고 보다 체계적인 수업과 활동을 위해 지난 1월 「월드액션스턴트 시스템」(WASS) 사무실을 냈다. 올해중으로 이 모임을 법인체로 만들어 부상보험처리등도 해결,후배들이 안정된 상황에서 스턴트맨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내년에 할리우드로 가 본격적인 스턴트맨연수를 받을 계획이라는 정씨는 많은 보수를 받는 것보다 단순한 「무술연기자」쯤으로 인식돼있는 스턴트맨들이 제대로 연기인 대접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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