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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승리자되는 선거/정달영주필(선택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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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승리자되는 선거/정달영주필(선택의 길목)

입력
199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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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분수령… 젊은이들의 적극 관심 기대「열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고 후보들은 조급해 할 것이다. 「아직도 열하루나 남았느냐」고 국민들은 되묻고 싶을 것이다.

28일간으로 잡은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든가 길다든가,아니면 적당하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선거가 공고되기 훨씬 전부터 선거운동 분위기에 휩쓸려온 국민의 입장에서는 선거전 후반에 접어든 현재의 시점이 다소 지루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선택의 결단을 일찍 내린 사람일수록 그런 느낌이 더할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 진영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른다. 「앞으로 열하루」가 너무 짧다. 그동안에도 또 어떤 변화가 어떻게 닥쳐올는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고 대응할 시간여유도 없다. 현재까지는 다소 앞선 부분이 있다거나 다소 뒤져있다거나 하는 객관적인 판단자료가 있고 스스로의 「감」도 없지 않았지만,선거는 본질적으로 뚜껑이 열린 뒤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일이고,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이르도록 최선에 최선을 거듭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선거운동기간에 상당한 상승세를 보여 중요한 변수로 지목되던 후보의 지원세력인 현대그룹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전면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은 막판에 다가서고 있는 이번 선거전의 향방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도 있는 긴박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실제로 선거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는지 지금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각 정당에서 또다른 「막판 깜짝쇼」가 준비되고 있다는 그럴싸한 소문도 있다. 어디선가는 승세를 굳히기 위해서,또 어디선가는 대역전극을 노리기 위해서 세상을 들썩하게 할 「폭탄」을 터뜨릴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이중에는 대규모 바람몰이 유세를 통해서 지역감정을 자극하거나 흑색폭로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망국적 예측」도 있다. 이런 소문이나 추측은 근거가 아주 없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경험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막판에 몰린 후보진영의 집단심리를 유추할 때,그러지 않으리라는 도덕적 담보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민으로서는 믿을 구석이 남아있다. 어떤 「깜짝쇼」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웬만한 일로는 우리 국민이 잘 놀라지 않으며,무슨 일이든 그 뒷면부터 보도록 훈련되어 왔기 때문에 작위적인 「폭탄」으로는 자칫 역효과만 내기 십상인 것이다. 가깝게만 지난 3·24 총선 때의 무모한 흑색선전이 어떤 결과를 낳았던가를 상기할 수 있다. 도대체 그런 발상부터가 케케묵은 올드 패션이다.

막판이기 때문에 더욱 정정당당한 승부를 걸어야만 한다. 부시 대통령이 끝내 인기를 되돌리지 못한 한가지 까닭은 상대후보에 대한 상스러운 인신공격이 컸다. 상대를 헐뜯다가 자신을 헐뜯는 결과가 된 것이다. 남을 중상하는 말이란 본래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머랭이다.

선거 막판의 승부처는 과연 무엇이냐가 관심이다. 5백만표가 되리라고 하는 부동표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부동이라기 보다는 미정이라고 할 이 표 덩어리가 만약에 어느 한곳으로 정처할 수만 있다면 승부를 일거에 결정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가능한 일은 아니다.

유세장에는 갈수록 청중이 늘고 있다는 것이 각 후보 진영의 일치된 말이다. 관심이 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도시권 유세에는 「말없는 다수의 청년층」이 눈에 띄는 경우가 늘었다. 이것이 청년층이 적극적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라면 매우 주목할 일이다. 승부처를 딴데서 구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학교 신입생 어린이가 선생님의 얼굴을 보듯이』 유세장 청년들의 태도가 진지하다고 한 후보는 말했다. 『악수를 해보면 손바닥에 전달되는 감이 다르다』고 또다른 후보는 젊은 유권자층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정치9단에 선거10단쯤」되는 후보들의 감득이다. 저마다 아전인수식의 해석이지만 청년층의 마음을 읽거나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은 뜻있는 변화임에 틀림없다. 만약에 청년들의 관심이 적극화한 것이 사실이고 그들의 투표율로써 그 사실이 증명된다면 이번 선거는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역사일 것이다.

이번 선거의 승리는 어느 후보의 것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백번 옳다.

특정한 후보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국민이 이기는 선거라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승리자되는 선거다운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더 고민하고 더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앞장을 서야 한다. 이번 선거는 그럴만한 값어치가 넘치고도 남는다.

아직 열하루나 남았다. 아니,이제 열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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