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 “실제언어와 괴리 커 불가피” 문학작품에서 88년 문교부가 고시한 한글맞춤법과 86년 고시한 외래어표기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출판사들은 개정된 한글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이 실제 언어생활과 괴리가 너무 크고, 이를 충실히 지키려 해도 어떤 표기가 맞는지 기준이 될만한 사전이 없어 자체내규를 정해놓고 여기에 맞춰 문학작품을 펴내고 있다.
이 결과 같은 단어를 출판사마다 다르게 표기하는 경우가 흔해 국민의 언어생활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우유의 색깔을 대형출판사인 민음사와 창작과 비평사는 「우윳빛」, 문학과지성사는 「우유빛」이라고 표기한다.
한글맞춤법에서는 명사와 명사는 뛰어쓰는것을 원칙으로 하고, 한 덩어리로 묶을 수 있는 명사는 붙일 수도 있다는 허용규정을 두고 있다. 민음사와 문학과지성사는 한글맞춤법을 최대한 존중해 뛰어쓰는것을 원칙으로 한다.
창작과비평사는 단행본에서는 명사마다 뛰고 계간 「창작과비평」에서는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단행본에서는 명사와 명사를 뛰어쓰고, 잡지에서는 붙인다.
많은 출판사들은 외래어 표기법을 몰라서 안지킨다기 보다는 표기 규정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안지키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외래어표기법은 현지 발음을 존중한다는 원칙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된소리와 장음을 표기하지 못하도록 한 점등이 우리말로 표기할 수 있는 음도 표기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비판이다.
또 국어연구원이 87년에 발간한 「외래어 표기 용례」와 88년 출간한 「외래어 표기 용례집」의 표기가 현지발음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표기는 아니기 때문에 지키기 힘들다는것이다.
개혁을 뜻하는 러시아어를 외래어표기 용례집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로 썼지만, 창작과비평사에서 「뻬레스뜨로이까」로 쓰기를 고집하고, 독일 시인 을 민음사에서는 「휄덜린」, 창작과비평사는 「횔덜린」, 문학과지성사는 「휠더를린」이라고 각기 다르게 쓰는것은 이 때문이다.
창작과비평사에서는 92년초 「일본어의 한글 표기에 대해서」란 자체 토론자료집을 마련하여 문교부 고시 외래어표기법과 다른 자체 일본어 표기 준칙을 마련하기도 했다.
민음사 편집장 이갑수씨는 『개정된 한글맞춤법을 최대한 지키려 하지만, 뛰어쓰기 규정이나 외래어 표기법은 지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할 수 있는것은 회사안에서나마 통일성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연구원(원장 안병희)의 연구원 강인선씨는 『88년 고시된 한글맞춤법과 86년 고시된 외래어 표기법에 의거해 국민의 언어생활을 포괄할 수 있는 사전이 없어 혼란이 오고 있다. 97년 완성을 목표로 가칭 「종합국어대사전」을 만들고 있다. 이 사전이 나오면 혼란은 어느 정도 수습될 수 있을것이다. 실제 언어 생활과 규정상의 표기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이를 다시 개정할 생각은 없다는것이 우리의 방침』이라고 전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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