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기정사실화뒤 대응 촉구/정상회담때 공조문제 적극거론 방침 북한의 핵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해법찾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 협상당사국인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듯 하자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변화조짐이 우리정부가 일관되게 발표해 오고있는 「부동의 미국입장」과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정부가 갖고 있는 부동의 미국입장은 ▲제일 먼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사찰을 위한 진지한 협상을 개시하고 ▲동시에 남북상호핵사찰등을 논의하기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이 재개되고 ▲그후 미국과 북한은 보다 나은 상호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제3단계 미북고위급회담을 갖는다는 것이다.
또 3단계회담에서는 북한측이 내놓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무기등 무력의 선제불사용 선언 ▲팀스피리트훈련의 중단 ▲미국과의 경제협력(대북경제제재조치 완화) ▲원자력발전소를 경수로방식으로 변환시키기 위한 미국의 지원강구등의 요구조건과 미국측이 바라고 있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완전복귀 ▲녕변의 미신고 핵시설2곳에 대한 IAEA의 사찰 수용 ▲기타 핵무기개발금지와 관련된 국제의무이행약속등의 요구조건을 일괄해 협상테이블에 올린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일괄 협상안을 선후의 문제를 갖고 타결해 나가자는 것이 아니라 전체대 전체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이른바 「일괄타결」해 낸다는것이었다. 이는 이행의 담보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인 것이며 우리정부도 한미간의 협의를 거쳐 여기에 합의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입장과 북핵관련 협상의 추이를 지켜보면 이같은 부동의 자세가 변하고 있으며 우리정부는 이점을 간과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지적을 낳게 하고있다. 물론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는 고위당국자의 설명처럼 『미국의 입장은 불변이며 한미간의 의견조율은 아침저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일괄타결방식이 현재로서는 가장 성공할수있는 대북협상 방안이라는데 이견을 갖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전제조건부 일괄타결자세를 견지하던 미국이 최근들어 미국가안보회의(NSC)등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러한 전제조건들을 슬며시 제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미국이 먼저 팀스피리트훈련의 중단을 선언할것을 검토하고있다』는 보도까지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정부가 믿고있던 최소한의 동시일괄타결의 수준이 아니라 『먼저 팀스피리트훈련중단을 발표하고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일괄타결협상에 응하겠다』는 지극히 변화된 미국의 입장을 말하는 대목일수 있다.
이같은 미국의 변화조짐에 대해 정부일각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시급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클린턴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인 미국무부를 중심으로 이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미북간의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그동안 대북강경론과 원칙론을 고수해왔던 미국방부중심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국무부를 중심으로한 온건론과 진보주의의 견해가 무게있게 거론됐다. 이같은 양대논리속에서 클린턴대통령이 온건타협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리 정부내에서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핵문제에 관한한 우리의 입장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한다는 한미간의 기본합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는 한편 23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명확히 제기, 한미공조체제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있다.
그러나 미국의 자세가 이미 변하고 있거나 변해 버린 상황이라면 이러한 정부의 대응방안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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