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상해에서 시작됐다. 상해에서 하루 머무르고 북경공항에 도착했을 때 영접나온 중국측 인사는 전기침외교부장이 아니라 당가선외교부부부장이었다. 알고보니 외국 국가원수라도 북경으로 바로 들어오면 외교부장이 영접하지만 지방을 통해 북경에 오면 부부장이 영접하는게 중국의 의전관례라는 것이었다. 김대통령이 상해를 통해 방중한 것은 일본 방문을 마친 시점이 주말(26일)이었기 때문. 그래서 상해임정청사와 중국의 대표적 개발지구인 포동지구를 시찰한 뒤 북경에서의 주요 일정은 월요일(28일)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번 중국에 온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은 12일(토) 이붕총리, 13일(일) 강택민주석을 각각 만났다.
호소카와일총리도 19일(토) 북경에 와 20일(일) 강주석 이총리와 각각 회담했다.
물론 김대통령이 주말에 북경에 오면 정상회담 일정등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상해를 거쳐 들어온 것은 아니다. 김대통령 특유의 외교스타일 때문이라 할 수 있다.김대통령은 중국국가원수의 방한차례라는 지적에『의전상의 격식을 따지지 않고 국익차원의 실리외교를 펼치겠다』고 한바 있다.
같은 뜻에서 이번 순방 일정이 워낙 빡빡해 마침 중간에 끼여있는 주말에는 여유있게 지방을 들러가는 것도 무방하다는 생각으로 상해를 먼저 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믿음에 다소 혼란을 가져오게 하는 일이 북경에서 있었다.
28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환영식 장소가 원래 예정됐던 동편 광장에서 느닷없이 중앙홀로 바뀐 것이다. 3월에는 날씨가 추워 통상 옥내에서 열린다는게 중국측 설명이었다. 그러면 우리측은 사전 협의때 어째서 옥외행사로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날씨가 춥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실속없는 의전에 얽매이지 않고 「실리외교」를 위해 상해로 들어왔다는 얘기조차 괜한 이유로 설득력을 잃는 순간이었다.【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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