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여주민 30년간 “강제수용”… 탈출자가 폭로 칠레 남부지역의 소읍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에서 발생한 현대판 노예사건이 칠레전역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9세기말 독일이민자들이 개척한 이 곳은 지난 50년대말 선교차 방문한 독일의 한 사이비 목사가 칠레정부로부터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종교자선읍」지정을 받으면서부터 노예마을로 변했다. 이 사이비 목사는 무지한 주민들을 현혹시킨뒤 마을유지들과 결탁, 마을을 개인기업처럼 운영해 나갔다. 그러나 이 목사가 어린이를 성폭행한 사실이 발각돼 쫓겨나자 대신 마을의 유지들이 지배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사방이 모두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1백42㎢의 마을에 살고 있는 2백여주민들은 지난 30여년간 소수 지배층으로부터 툭하면 살해당하거나 노예처럼 취급받으면서도 항거 한번 제대로 못한채 살아왔다.
그러나 이 마을이 실질적인 강제수용소로 존재할수 있었던 것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군사정권의 비호덕분이었다. 피노체트군사정권은 반정부인사들을 비밀리에 체포, 고문하거나 살해하는 장소로 이 마을을 이용하고 그 대가로 유지들의 만행을 묵인했다.
그러나 지난 90년 기적적으로 이곳을 탈출한 주민이 현지의 참상을 독일정부에 폭로한 것을 계기로 노예마을의 존재가 처음 외부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당시 피노체트의 눈치를 본 파트리시오 아일윈대통령 정부에 의해 유야무야되다가 야당출신 에두아르도 프레이가 올해 대통령에 선출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프레이 정부는 우선 이 마을의 종교자선읍자격을 박탈하고 유지들을 탈세 및 횡령혐의로 제소했다. 그러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았다. 마을유지들과 이들의 비호세력인 일부 극우 상원의원들은 정부의 조치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헌법재판소는 일단 정부의 조치가 합헌이라고 판결했으나 유지들과 상원의원들은 이 문제를 다시 대법원으로 가져가 마지막 저항을 시도하고 있다. 유지들은 동시에 마을주민들에게 갖은 위협을 가하면서 법정에서 『우리는 행복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진술을 하도록 주입시키고 있다.
칠레의 새 문민정부가 군사독재의 유산인 현대판 수용소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다.【상파울루(브라질)=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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