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 울산승격 반전… 역시실세”/“첫단추 잘못끼워 세밀려 상흔남겨” 최형우내무장관은 14일 여느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냈다. 난제로만 여겨졌던 행정구역개편문제가 어정쩡하게 일단락됐지만 그 여진이 적잖은 만큼 스스로의 입장을 재정리하고 뒷수습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이날 아침 서울대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초청의 조찬모임에 참석, 1시간여동안 자신이 앞장서 행정구역개편 문제를 제기한 동기와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최근 일본의 자치행정을 둘러보며 우리실정과 비교해보니 갑자기 한기가 들더라』고 서두를 꺼낸뒤 『지역·집단이기주의에 얽매여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장관은 또 『2차 행정구역개편과정에서 약간의 하자가 있었던 것은 시인한다』고 인정한뒤 『그러나 부산과 인천등은 땅이 없어 꼼짝도 못하는 반면 경남은 개발비용이 없어 땅을 방치해온게 우리의 현실이었음을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추진하면서 사면초가상황의 고독감을 느꼈고 아집에 찬 만용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5년후면 용단으로 기록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병들었음을 알면서도 아프다고 수술을 피하면 죽게되는 것』이라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강연을 끝낸뒤 곧바로 새마을운동본부 주관의 「새마을장터」행사에 김영삼대통령을 수행한뒤 하오엔 울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울산시의회의원들이 직할시승격이 연기된 것에 반발,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현지여론도 적잖게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의회의원들과 지역단체대표들을 만나 『울산이라도 나를 이해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푸념조의 설득으로 이들을 다독거렸다.
최장관은 지금도 『사심이 없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그도 정치인인 이상 이번 사안의 시말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따져볼법하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거의 혼자 버텨 백지화로 기울던 울산의 직할시 승격문제를 막판에 반전시키는 것을 보니 과연 센 사람』이라는 의견과 『자신만만하던 그도 첫단추를 잘못끼워 세에 밀리는 상흔을 남기게됐다』는 해석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그자신의 「상량」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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