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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세상”…폭력군·경찰 사라져/정진석특파원 포르토프랭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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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세상”…폭력군·경찰 사라져/정진석특파원 포르토프랭스 르포

입력
199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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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아이티전역 장악/시민들 “불확실 미래에 아리스티드가 희망”/통금 사실상 해제… 외국인보면 “머니” 구걸 아이티 진주미군은 22일(현지시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 접수한데 이어 제 2의 도시 카프 아이시앵에 진입, 아이티 북부지역에서도 순찰활동에 들어감으로써 아이티전역을 거의 장악했다.

 상륙 나흘째인 이날 미군은 포르토프랭스인근의 공항, 군사기지, 전략요충지를 접수하고 주요 공장지대에도 선발대를 보내 산업시설 보호에 나섰으며 장갑차와 탱크를 앞세워 번화가인 델마거리와 부동거리등에서 본격적인 순찰활동을 벌였다.

 그동안 반정부시위대를 곤봉으로 무차별 구타하는등 시민들위에 군림했던 보안군과 경찰은 미군의 본격적인 순찰활동과 함께 거의 시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간혹 눈에 띄는 아이티경찰은 미군의 장갑차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볼뿐 「세드라스 퇴진」등 반정부구호를 외치는 일부시민들에게 제대로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이러한 광경은 전날까지만해도 곤봉을 휘두르며 반정부 시위자를 구타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한 아이티인은 이에대해 『미군이 포르토프랭스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보안군과 경찰들이 세상이 바뀐줄 알고 예전의 강압적인 태도를 버렸다』며 『역시 미군이 세기는 센모양』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아이티 공군기지로 진입하던 이날 상오에는 시민들이 공군기지앞 도로를 메우고 『데모크라시』 『유 에스 에이』를 외쳤으며 일부 아이티군인들은 미군의 신속한 진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아이티군인은 애써 당혹감을 감추며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우리가 미군과 싸워야할 이유는 없다』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통제권이 미군측으로 거의 넘어가면서 축출된 아리스티드전대통령 지지세력은 드러내놓고 반정부 활동 및 아리스티드복귀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입을 굳게 다물었던 일부시민들도 『아이티 국민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아리스티드와 빵』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위에 가담했던 장 나자르씨(34·무직)는 『아리스티드는 「빅 파더(BIG FATHER)」 혹은 「미스터 클린(Mr  CLEAN)으로 불렸다』 며 아리스티드가 빨리 돌아와야한다고 목청을 돋웠다.

 그러나 도비리언 미로씨(43·자유업)는 『세드라스가 국내에 계속 머무른다고하니 아이티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 『지금도 지도부는 미국과 합의한 사면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그러나 『10월15일 이후 아리스티드가 민주주의와 아이티경제제재해제라는 선물을 갖고 들어올 것이므로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궁, 군사령부, 경찰국등이 몰려있는 삼디라스광장 주변은 이제 완전히 정상을 되찾았으나 아이티 국기에 「NON」이라고 새긴 반미플래카드가 여전히 내걸려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플래카드는 칼로 찢겨있거나 가로등에 휘감겨 있어 아이티내 반미와 친미간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르토프랭스는 미군의 침공이 임박하면서 내려졌던 야간통행금지가 공식 해제되지는 않았으나 하오 7시 이후에도 길거리를 왕래하는 시민들이 많아 사실상 야간통행금지조치는 철회된 것같은 인상이다.

 이번 아이티사태의 피해자는 죄없는 선량한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거리곳곳에서 느낄수 있다. 일부 아이티인들은 몇가지 질문에 답변한뒤 『머니, 머니』를 외치며 손을 내밀고 또 다른 주민들은 외국인들만 보면 의도적으로 접근, 돈을 우려내기 위해 추근대고 있다.【포르토프랭스=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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