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중요사항에 대해선 세밀하게 신문/이현우씨 “노피고인에 용서빈다” 최후진술29일 상오 10시부터 하오 7시30분까지 열린 3차공판에서 노태우 전대통령은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펴면서 재판부와 논쟁을 벌이는 등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진술했던 1, 2차공판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피고인들은 검찰이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부정축재로 규정한 뒤 구형하자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구었다.
○…재판장인 김영일부장판사는 이날 증인신문이 끝날 때마다 중요사항을 다시 확인하는가 하면, 미진한 사안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에게 직접 구체적으로 꼬치꼬치 신문했다.
변호인측은 전문경영인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이들의 책임경영방침을 강조하면서 청와대성금도 접대비의 범주안에서 지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부장판사는 『청와대에 성금을 내면서 영수증을 받지 않고 접대비로 처리했다면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적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역공해 들어갔다.
○…노씨는 재판부의 보충신문과정에서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는 여러차례 다시 묻기도 했으며, 재판부의 지적과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노씨는 재판장이 『기업인들이 준 돈을 기업인 개인 돈인줄 알았다고 했는데 이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질문의도를 재차 물은 뒤 『개인의 돈이라기 보다 개인이 쓸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판장이 『그전부터 관례에 의해 받은 돈이라는데 관례의 정의를 말해보라』고 하자 노씨는 『관례란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임자의 전임자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문화』라고 대답했다.
○…문영호대검중수2과장은 논고문에서 『이번 사건은 앞에서는 정직을 내세우고 뒤로는 수천억원의 뇌물을 챙긴 전형적인 권력형 부정축재』로 규정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전직대통령이라도 비리가 있으면 처벌받는다는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문검사는 이어 『피고인들이 관행에 따른 정치자금 또는 통치자금이라고 변명하지만 ▲면담장소와 형식 ▲대화내용 ▲공여자측 입장 등을 종합하면 명백한 뇌물』 이라며 재벌총수들에게 1∼4년을 구형했다.
○…재벌그룹회장들의 변호인들은 한결같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대통령에게 돈을 건네는 것을 당시에는 관행으로 여겼으며, 나름대로 경제발전에 이바지해 온 점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대부분 『과거의 잘못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기업인으로서 기업발전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요지로 진술했다.
한편 이현우피고인은 『우매하고 무지한 소치로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지난날의 공적과 명예가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며 『능력없는 본인을 믿고 중책을 맡겨 준 노태우피고인이 엄동설한에 영어 생활에 처하게 된데 대해 용서를 빈다』고 최후진술했다.
○…노씨를 태운 호송버스는 이날 상오 9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떠나 경찰순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상오 9시24분께 서초동 서울지법에 들어왔다. 긴급호송이라는 팻말을 붙인 호송버스에는 1, 2차 때와는 달리 철망만 있을 뿐 커튼이 없어 노씨의 모습이 철망 사이로 언뜻 비치기도 했다.<송용회·박진용기자>송용회·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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