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의 선거전 전개 양상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별하게 돌출한 쟁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 정당이나 후보들 간에 이념이나 정책상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아 혼전의 인상을 주고 있다. 전국 2백53개 선거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득표활동상황을 하나씩 훑어보아도 혼전지구가 대부분이다.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우열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큰 까닭은 왜 우리 당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해야 하는가 하는 이유의 설명에서부터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기 때문이다. 여당이나 야당이 똑같이 안정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성격이나 구성원들이 모두 비슷비슷한데 각당에서는 저마다 자기 당이 진짜 보수라고 외친다. 안정을 희구하는 기득권층과 중산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일시적 방편이다.
공약이랍시고 수백개씩 내어놓은 정책대안을 봐도 개성의 차별이 없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세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은 한결같다. 세금을 덜 걷겠다는 공약과 아울러 돈이 들어가는 선심성 사업을 동시에 약속하고 있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각당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각당의 대표자나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여 TV정책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지금 선거에 후보를 공천한 주요 정당들이 TV토론을 통해 각당의 견해와 주장과 공약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공방을 벌인다면 유권자들은 안방에서 편안히 앉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당인 신한국당은 야3당과 3대1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회창선대위의장이 야당의 대표들이라면 상대해 주겠다고 조건을 제시하는 속셈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그런 저런 속셈이나 이유는 TV토론을 반대할 만한 명분이 되지 않는다.
여당은 야당이 몇이든 당당하게 도전을 받아들여야지 이를 회피해서는 안된다. 합동연설회에서는 3대1이 아니라 평균 5·6대1이다. 야당의 그런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면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 구차한 변명으로 버틸 생각을 말고 TV토론에 응하는 것이 떳떳하다.
그런 식의 TV토론은 비록 중앙당의 대표나 선거 책임자들끼리만 할 것이 아니라 각 지방에서 후보자들끼리도 활발히 벌여야 한다. 때마침 지방방송망도 충분히 확충되었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를 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후보자들이 발로 뛰면서 유권자들을 직접 찾아 다니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후보나 유권자들을 위해 모두 유익한 TV시대의 선거운동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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