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장 가전·차 등 일제는 값 인하·우리는 올릴판/대일수출도 격감… “이제는 품질로 경쟁” 눈돌려야주종 수출상품들이 「엔저 원고」로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속속 잃어가고 있다. 일제와 경합관계에 있는 컬러TV 오디오 냉장고 세탁기등 가전제품과 자동차 기계 철강 금속제품등의 경우 품질은 일본제품에 다소 뒤지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지켜왔는데 최근 빠르게 진행된 「엔저 원고」로 가격경쟁력마저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주종 수출상품의 경쟁력상실은 이들 품목들이 품질이나 기술 디자인등 핵심적인 경쟁요소를 등한히 한채 지나치게 싼 가격에만 의존, 환율변화로 가격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됐기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출상품이 가격경쟁력에만 매달릴 경우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면서 소재 디자인 기술 품질등 보다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초유의 엔고 위기를 일본기업들이 뼈를 깎는 자기 혁신으로 극복했듯 우리기업도 이번 환율위기를 제품의 질을 높이고 외풍에 약한 기업체질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엔화가치가 최고에 달했던 95년7월을 기준으로 달러 대비 엔화는 4월말 현재 18.5%가 절하됐다. 똑같은 제품을 수출할 경우 95년7월 100엔 받던 것을 4월에는 118.5엔 받으니 수출이 그만큼 저절로 늘어난 셈이다. 반면 한국 원화는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해서는 3%만 절하됐고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무려 19.6%가 평가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 원고」는 미국시장에서 가전 자동차 철강등의 수출부진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올들어 3월말 현재 미국시장에서 국산 컬러TV는 300만달러어치가 팔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00만달러에 비해 무려 76%나 감소한 것이다. 또 VTR 수출액은 5,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2%, 오디오는 7,500만달러로 29.9%, 냉장고 세탁기는 1억1,800만달러로 18.7%가 각각 감소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쇼핑몰에서 한국산을 외면하고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일본산과 동남아산 가전제품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가전제품 전체의 대미수출은 올1∼3월 2억7,5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그러나 일제 가전제품의 대미 수출은 10%이상 신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는 올들어 4월20일 현재 4억9,900만달러어치가 미국에 수출됐다. 이는 1년전에 비해 3.4%가 감소한 것이며 이중 4월중 수출은 무려 32%가 줄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승용차의 대미수출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2,000cc 승용차의 경우 지난해말까지 국산차는 미국시장 소매가격이 1만8,000달러정도이나 일제 캠리는 2만달러정도로 어느정도 경쟁력이 있었는데 올들어 일본산은 가격은 내리는데 우리는 내리기는 커녕 올려야 할 형편이다.
이밖에 국산 일반기계(23.7% 감소) 철강(13.4% 감소) 금속제품(10.5% 감소) 화공품(5.0% 감소)등이 미국에서 일제에 밀려 일제히 마이너스수출을 기록했다.
대일수출도 격감하고 있다. 철강제품은 올들어 4월20일 현재 1년전에 비해 24.4%가 급감한 4억6,000만달러어치가 수출됐으며 금속제품 수출은 26%, 가전제품은 5.8%가 줄었다. 이같은 대일 수출부진으로 올들어 3월말 현재 대일 무역수지적자는 33억800만달러를 기록해 전체 무역수지적자(38억4,400만달러)의 9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대미 무역적자는 23억6,300만달러로 양국의 적자 합계는 무려 62억여달러에 달했다.
환율변화는 6∼9개월의 시차로 두고 현실에 반영되는게 보통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엔저 원고」는 올들어 서서히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욱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부진의 긴 터널 속에 들어가기 시작한 셈이다.<이백규 기자>이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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