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주식단·식탁 준비만/손님 초대 ‘걱정’ 아닌 즐거움으로지난 목요일 상오 11시, 서울 대치동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유정림씨(34)가 대학동창들을 점심에 초대해 놓고 부엌과 거실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유있게 오간다. 친구들에게 점심을 대접할 안주인치고는 별로 바쁜 걸음이 아니다. 「손님 한 번 초대하고 나면 주부는 몸살이 난다」지만 유씨는 오늘의 모임으로 몸살이 날 것 같지 않다.
유씨가 친구초대를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던 것은 젊은 주부들 사이에 조용히 번지고 있는 포트럭파티(Potluck Party) 덕분이다.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제일 잘 만드는 음식, 최근 어디에선가 맛보고 한 번쯤 만들어 보겠다고 벼르던 음식을 만들어 와, 함께 나누어 먹는 포트럭파티는 원래는 서양식 풍습에서 왔다. 집에 손님을 초대한 날은 안주인이 대청소부터 요리에 접대, 설거지까지 해야 하는 우리 관습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손님초대 문화다.
유씨는 친구인 요리 전문 코디네이터 노영희씨(36)에게서 포트럭파티를 배우고 이제는 손님초대를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라 즐거운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집들이니 잔치니 하는 말이 나오면 머리부터 지끈지끈 아파온다』고 호소할 일도 없고 내켜 하지 않으면서 음식점에서 모임을 치르거나 요리사를 불러 경제적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요즘의 진취적인 젊은 여성답게 가까운 친구들에게 『우리 포트럭파티로 하자』고 제안했고 친구들도 기꺼이 응했다.
공식모임에서라면 초대한 집에서 음식이나 모든 진행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직장동료를 초대하는 모임, 직업을 가진 동서가 있을 경우의 생일잔치 등에서는 포트럭파티로 일손을 나눌 수 있다.
모임이 있던 날 유씨의 친구들은 음식을 담은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왔다. 손말이 김쌈을 가져오기도 하고 스프를 보온병에 담아 오기도 했다. 양식을 좋아하는 유씨가 준비한 주식단은 스페인식 해물밥 파에야였다.
2년째 포트럭파티를 주위에 권해 온 노영희씨는 포트럭파티를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교육정보도 나눌 수 있는 즐거운 파티로 만들려면 몇 가지 에티켓을 지킬 것을 당부한다. 모두가 자신이 가져 오기로 약속한 음식은 운반과정까지 고려하여 집주인의 손이 가지 않게 완벽히 준비해 올 것, 집주인은 식탁 테이블을 맵시있게 세팅할 것 등이다.
『외국에서 들어 온 풍습이지만 우리 품앗이 정신과도 통하는 점이 있어』 매년 연말 갖는 천주교교우모임을 포트럭파티로 하는 김순자씨(52)는 『서로 정을 나누는 점만 해도 음식점보다 「품앗이」파티가 좋다』고 포트럭파티를 예찬한다.
요리 전문 코디네이터 노영희씨는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우리 고유 음식인 구절판, 호박죽, 호박범벅, 닭강정 등을 준비하라고 권한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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