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확전자제불구 마찰소지 남아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와 민주계 사이에 긴장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계가 7일 여의도 미주빌딩에 계파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 사무실을 연 가운데 이대표가 「분파적 행위」의 자제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이날 당무회의 인사말에서 미리 작심을 한 듯 『한마디 당부말씀을 드리겠다』며 『민주정당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정당의 기조를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자유토론과 활동도 좋지만 당의 일체성을 흐트러 뜨리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이대표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서석재 김덕룡 김정수 의원 등 민주계중진들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이들은 회의를 마치자마자 계파 사무실을 둘러보고 운영위원회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사실 당내에는 이대표가 일정 시점에서 민주계의 단일세력화 움직임에 무언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대표 진영에는 그동안 『민주계가 사실상 「당내당」을 지향하는 것 아니냐』 『김영삼 대통령의 의중이 배후에 작용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식의 불만이 표출돼 왔다. 더욱이 양측의 원만치 않은 관계로 인해 민주계가 단일세력으로 뭉쳐 특정 대선후보를 밀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이대표측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견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성급한 대응은 민주계내부에 「반이회창」정서를 확산시켜 양측의 관계가 회복불능의 지경에 빠지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조심스런 자세를 취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이대표는 이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민주계의 「우려스러운 언행」에 대해 사전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모임의 실체는 인정할 수 있으나 당론에 배치되거나 대표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언급이 다분히 「포괄적」이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이 당장 표면화할 것 같지는 않다. 민주계 중진들은 『원칙론을 얘기한 것 아니냐』며 즉각 대응을 자제했고 이대표측도 『흐트러진 당 분위기를 추스르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일 뿐』이라며 「확전」을 경계했다.
그러나 계파내부 사정을 감안할 때 민주계의 행보가 이대표가 제시한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적지않아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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