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유예협약」 적용으로 사경에서 벗어난 진로그룹이 25일로 3개월동안의 「보호기간」이 끝남에 따라 회생을 위한 2단계 국면을 맞게 됐다. 채권금융단은 이날 협약적용대상 기업 6개 가운데 (주)진로 등 4개는 원금상환을 미뤄주는 등 준부도유예조치를 적용하고, 진로유통 등 2개 기업은 3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10년동안 20여개의 기업을 인수·설립하면서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늘린 진로가 은행권의 특혜에 가까운 도움으로 (주)진로 진로쿠어스맥주 등은 살리게 돼 주류전문회사라는 옛날 명성은 잃지 않은 셈이 됐다.진로그룹은 25일 채권단이 회생대상에서 제외한 진로종합유통 소유 아크리스백화점과 의정부 진로백화점을 이달 30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역시 유통 소유인 4,000억원 상당의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부지도 빠른 시일에 매각하는 등 유통사업과 유통소유 부동산 대부분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진로인더스트리즈는 전선제조부문과 무역부문을 분리해 팔아넘기기로 하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진로그룹은 또 경기용인의 그룹연수원과 서울 서초동 일대 (주)진로 부속건물 등을 매각해 5,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앞서 편의점사업을 벌이는 진로베스토아를 부채 1,20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팔아넘기는 등 진로플로즈마 고려양주 우신투자자문 우신선물 등 5개 계열사를 30일 매각하기로 해 진로의 올해 자구계획은 협약당시 1조2,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규모로 늘어났다.
회생기업의 규모가 확정되고 자구계획이 추가되면서 진로의 앞날이 희미하게나마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안전지대로 진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먼저 채권금융단이 (주)진로 진로종합식품 등에 추가 지급하기로 한 450억원대의 자금은 진로가 안전한 자금운용을 위해 요청했던 2,70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액수다.
진로그룹 관계자는 『모든 금융기관들이 채권유예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전제로 제2, 제3금융권에서 채권유예 동의서를 받고 있지만 이 약속이 한군데라도 깨지면 동의서도 휴지조각이 되어 버릴 위험성이 있다』며 『은행외 금융권의 대출금 회수, 어음결제 요구 등에 대비하고 이자 지급을 위해서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라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살아남은 기업들의 사업도 호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대규모 투자비용으로 그룹을 자금난에 몰아넣었던 진로쿠어스맥주(부채 6,697억원)는 미국쿠어스맥주가 약속한 2억달러 규모의 프리미엄증자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쿠어스맥주는 발을 뺀채 제3의 투자자를 끌어들여 증자할 계획이어서 사업성 검토여부에 따라서는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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