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훌륭한 대통령을 기다린다. 새 대통령의 임기중에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게 되고 남북통일이라는 또 하나의 민족과업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두가지 일을 주도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훌륭한 경세가형 대통령이 필요하다. 경세가란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으로 국가의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국가관리능력을 갖춘 사람이다.대권주자들이 TV에 나와서 갖가지 공약이나 정책을 발표한다. 그것을 듣는 우리는 허전하다. 왜 허전한가. 우리에게 희망과 꿈을 주고 기대와 활력을 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의 자질은 무엇인가.
첫째는 세계와 역사를 더 빨리, 더 현명하게 내다 볼 줄 아는 안목이고 둘째는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도 강력한 리더십이다.
우리나라는 88올림픽이라는 마지막 국가목표 이후로 국민을 하나로 결집하는 새로운 목표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가 지도자의 첫번째 과제는 국가목표에 관한 새로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어야 한다.
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이런 덕목 이외에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하여 21세기의 새로운 지도자는 폭넓은 문화·인문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 21세기는 돈의 논리보다 문화의 논리가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21세기의 국민에게는 밥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충족이 문제가 된다. 21세기의 힘은 두뇌, 정보를 포괄하는 문화에서 나온다.
정치가 중요하고 경제가 중요하고 통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대권주자들의 공약과 같은 백화점식 나열로는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21세기 정치, 경제는 어떻게 철학의 빈곤을 탈피하고, 각종 구조조정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결단력에 달려 있으며, 거기에 결국 문화적 접근이 없으면 공염불이 된다. 예를 들어 21세기의 통상정책은 단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기반 위에서 접근해야 되는 문제이다. 그것은 문화로 포장된 상품이 아니면 안되고 마케팅도 문화교류 방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모든 일과 정책이 문화놀이가 되며, 문화가 기간산업이 된다는 뜻이다.
또한 21세기 지도자는 지금 우리나라를 가르고 있는 수많은 단층현상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간 단층현상, 노사로 대표되는 계층간 단층현상, 남북간 단층현상, 국제적 단층현상 등등.
통일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50년이상의 분단으로 남북한은 가치관은 물론 말과 글마저 완전히 이질화했다. 대권주자들의 통일정책은 통일 방식도 중요하지만 남북한 사이의 갈라졌던 틈을 어떻게 문화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을 줄 때 국민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
통일정책의 경우처럼 이 모든 단층현상을 아물게 할 수 있는 것을 나는 「문화적 사회연금술」이라 명명하고 싶다. 문화는 이미 강조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모든 정책의 기반이요, 내용 그 자체일 뿐만 아니라 21세기 사회와 국민을 화합으로 얽어매는 끈이요, 접착제이다. 새로운 지도자는 이 「문화적 사회연금술」로 국가의 모든 정책을 새로 낳게 하고 국민을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세계각국이 문화적인 비전과 정책을 서두르는 것은 21세기가 「문화의 세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선진국에 비하면 폭넓은 문화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새 시대를 위한 준비도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더 새로운 대권주자는 문화가 무엇인지, 문화가 왜 필요한지를 느끼고 21세기의 핵심인 문화의 기반위에 각종 정책을 짜맞출 수 있는 안목으로 사회전체를 「문화적 사회연금술」로 통합하는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런 지도자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결국 우리 국민의 능력과 수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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