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관이 참여하는 「컴퓨터 2000년 문제 대책협의회」를 총리실에 설치키로 한 것은 때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로 일컬어지는 「2000년 문제」는 컴퓨터가 연도표기 4자리 숫자중 마지막 2자리만 인식, 1900년대와 2000년대를 구별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로 이를 방치하면 국가경제와 국민 생활이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자칫 살아있는 우리들의 주민등록은 말소되고 1900년대를 살았던 할아버지가 버젓이 살아있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발전이 중단되고, 각종 발권업무와 교통체계가 마비되며, 국방 치안 및 금융체계 등이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컴퓨터를 빼놓고 현대 생활을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상만 해도 끔찍한 사태다.
미국 영국 일본등 선진국들은 이 문제 해결에 나선지 오래다. 미국은 96년부터 중앙정부는 물론 주정부별로 전담팀을 구성,문제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도 앞으로 1년간 7조5,000억원의 예산과 전문인력 2만명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96년 5월 우정성산하 정보서비스협회에 대응위원회를 설치했다.
2000년 문제 해결은 앞으로 국가의 신용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무디스와 S&P사등 신용조사기관들이 앞으로 2000년 문제 해결 대응 여부를 신용평가항목으로 넣기로 했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5월부터 이를 은행의 주요 검사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이 문제 해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안 우리는 정부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기업체중엔 이의 중요성을 깨달아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이것도 자금과 기술력이 있는 재벌기업에 국한된 이야기로 중소기업은 손을 못 쓰고 있다.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했거나 하고 있는 업체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99년 상반기까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하지만 이제 소요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선 시간이 없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한덩어리가 되어 범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 자금 및 기술을 지원하고 그 진척상황을 매일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와 민간을 합쳐 8,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비용을 줄이고 우리보다 2년이나 앞선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이 길밖에 없다. 2000년까지는 불과 1년9개월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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