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혼불좇는 통한의 가락4월은 제주사람들에게는 진정 잔인한 달이다. 5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4·3사건의 생채기가 아직 드러나지도 아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의 시인들은 외지인들이 섬을 뒤덮는 유채꽃을 보러 몰려올 때도 막상 자신들은 50년 전의 원혼들이 내뿜는 혼불을 좇으며 통한의 가락을 토해낸다.
제주작가회의가 4·3사건 50주년을 맞아 펴낸 시선집 「바람처럼 까마귀처럼」(실천문학사 발행)은 그 통한의 시편들을 담고 있다. 문충성 나기철 홍성운씨등 제주 출신 시인 14명의 시 66편을 묶었다.
그들의 4월에는 민들레도 꽃이 아니라 혼불이 된다. 「서둘러/風葬 치르던/4월 그/폭풍의 섬//밤바다/민들레 마을/혼불이/혼불이/춥다」. 고정국 시인은 「제주 민들레·3」에서 절제된 언어로 4·3의 진실을 선명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거두어주는 이도 없었던 시신들이 풍장되는 땅에서 제주의 꽃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혼불로 떠도는 것이다.
이렇게 4·3의 비극은 아직도 노래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노래가 되기에는 시인들의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쑥 향기 새파란 봄날에/초가집도 양민도 폭도도 경찰관도 군인도… 파릇파릇/땅 속이거나 땅 위거나/어디에 있지?/상처 투성이 싹들/이제야 조금씩 아픈 허리 펴며 일어서고/불타버린 울음 속/찢긴 역사여 잿더미 속에서/아직도 노래를 만들지 못한다」(문충성 「4月祭 1」부분) 그러나 그들이 진정 희구하는 것은 부활이다. 4·3의 원혼들을 불러 부활시키며 역사가 바로잡히기를 희구할 수밖에 없다. 「화해와 용서와 평화와/공존의 눈짓으로 몸짓으로/4월이면 그대는 살아/우리 곁으로 온다/더 이상의 싸움은 부질없는 것임을/깨우치려는 듯 안타깝게 그것을 말하려는 듯/입 벙긋거리며 화평한 얼굴 속/검정 고무신 끌며」(김광렬 「그대는 살아 있다」부분)<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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