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영세성과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대형화, 국제화가 필수적이다. 국내 최대 은행의 자기자본 규모가 세계 유수은행에 비해 20분의 1 이하이고 자산규모가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영세한 규모로는 국제무대에서의 경쟁이라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지금 같은 전근대적 전당포식 경영으로는 나라 전체가 문을 열어야 하는 전방위 개방시대에 국내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이번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을 단행한 것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의 구조조정과 금융산업의 개혁 작업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준 것으로 평가된다. 합병은 은행의 대형화를 이룩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법이다. 이번의 합병은 정부의 강요가 아니라 해당 은행들의 자발적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점이 특히 평가받을 만하다. 상업·한일은행의 합병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은행들의 자발적 합병이 이루어져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을 만한 대형은행들이 상당수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걸맞는 세계적 규모의 국내은행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해서 활발하게 영업을 할 수 있어야 우리경제의 순조로운 성장궤도 재진입이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은행간 합병은 숱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파생시킬 수 있으므로 세심한 보완작업과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 특히 합병의 실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단점의 결합을 피하기 위한 각별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인력의 대대적인 감축이 있어야 할 것이며 방만하게 산재해 있는 중복 점포들과 시설의 과감한 축소 조정이 있어야 한다. 현대적이고 국제화한 경영기법의 수혈을 위해서 전문인력의 영입등 각별한 노력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방대한 규모의 부실여신을 깨끗하게 정리해서 새로 출발하는 은행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상업·한일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도 자발적 협의를 통해 과감한 합병을 추진해서 금융구조조정 작업이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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