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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은 세균죽이는 ‘천연의 약’(권오길의 생물이야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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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은 세균죽이는 ‘천연의 약’(권오길의 생물이야기:16)

입력
199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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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을 못 쓰고 비실거리는 사람을 「침 먹은 지네」 같다고 한다. 침이라면 프티알린(아밀라제)이라는 소화효소로 녹말(밥)을 이당류(맥아당)로 분해하는 것 아닌가. 침에 웬 독이 있어 지네를 맥 못추게 할까.멀게 잡아 반백년 전, 필자가 여남은 살 때만 해도 침은 정말로 천연연고요, 생약파스였다. 항생제 한 톨 없어 여름철이면 언제나 만성대장염(흔히 더위 먹는다고 한다)에 시달려야 했던 그 시절에 연고나 파스가 있을 리 없다. 가렵고 종기가 나도 침이요, 모기나 벌에 물리고 쏘여도 침이 선약 단약이었다.

특히 꼭두새벽 입에 고인 침은 살균력이 훨씬 강하다고 했다. 필자는 아직도 미련스럽게(?) 피부에 탈이 나면 부작용이 전혀 없는 침을 바른다.

침에는 눈물이나 콧물같이 뮤신과 라이소자임이라는 효소물질이 있어 세균을 녹여 죽인다. 이것 말고도 우리가 모르는 많은 물질이 있어 방어물질로 작용한다.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 약이 모든 병을 낫게 하는 줄로 믿지 말자는 것이다. 약에 의존적인 사람은 몸을 빨리 망친다.

약은 보조역할을 할 뿐이고 정말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자기 자신, 즉 몸의 자연치유력이다. 그래서 연고 파스보다 침이 좋다는 것이다.

모기는 침을 분비하여 사람의 살갗을 녹이고 거머리는 피의 응고를 예방하여 피를 빨고 살모사는 그 침으로 먹잇감을 죽인다. 사람의 침도 지네의 기를 뽑아버리고 에이즈 바이러스를 꼼짝 못하게 하며 세균의 세포막을 녹여 버린다니 무서운 방어 내지 치유물질이다. 침은 악귀까지 쫓는 부적이 아닌가. 그래서 까마귀가 울면 세 번 침을 뱉는다.<강원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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