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무덤서 부채에쓴 형 편지도 발견『외로이 나만 내버려두고 자네는 죽어서 뉘와 더불어 함께 하려느냐(혈연아독유 여귀수여필·孑然我獨留 汝歸誰與匹)』
412년전 조선중기 한 여인의 사부곡(思夫曲·본보 27일자 13면)이 발견된 관속에서 형이 숨진 동생을 눈물로 떠나보내는 한시로 쓰여진 편지도 발견됐다. 무덤의 주인인 이응태(李應泰)의 형(몽태·夢泰)은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의 벼슬을 하며 평소 아끼던 부채를 동생 무덤에 넣고 부채와 한지에 간절한 내용을 담았다. 형은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나다니 어찌 이렇게 급하단 말인가. 땅을 친들 그저 망망하기만 하고 하늘에 호소한들 대답이 없구나(엄연격중천 영원하태질 구지지망망 호천지묵묵 奄然隔重泉/ 原何太疾/ 地之茫茫/ 呼天之默默)』라며 동생의 죽음을 슬퍼했다. 형은 이어 『자네가 남기고 간 자식, 내 살았으니 그래도 보살필 수 있구나(여유유후아 아재유가호·汝留遺後兒 我在猶可護)』라며 동생이 자식 걱정없이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도 잊지않았다.
형은 편지끝에 『부모님이 장수하시도록 부지런히 도와달라(역망근유조 친정수만억·亦望勤有助 親庭壽萬億)』는 당부까지 붙여 뜨거운 효심도 보여 주고 있다.
안동시 정상동에서 8가구의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는 고성(固城) 이(李)씨 31대 종손 이도형(李度衡·68)씨는 『조상의 묘지 이장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우애와 부부애, 효심이 가득한 글을 직접 대하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안동=전준호 기자>안동=전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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