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은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池原衛)씨가 쓴 한국 비판서이다. 책 제목에서 보듯이 일본인이 한국에서 한국사회와 한국인을 비판하는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결심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장안에 화제를 뿌리며 출판 두어달만에 2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이케하라씨는 이 책을 쓴 후 맞아죽기는 커녕 더욱 유명해졌다. 출판사로 걸려오는 독자전화의 90% 이상이 그의 견해에 공감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한 현역 장성이 이케하라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혔듯이 그가 죽을 각오까지 해야할 만큼 한국사람들은 몰상식하지는 않다. 그런데 그에게 매를 치켜든 것은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법이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이 「단기상용비자로 한국에 체류하면서 영리목적의 저술활동을 한 혐의로 벌금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를 받고 나온 이케하라씨는 『내가 몰랐더라도 법을 어겼으면 처벌을 받는게 당연하지만 기분이 참으로 묘하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책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그래서 책이 팔리자 인세수입 전액을 백범기념관과 2002년 올림픽위원회에 희사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었다고 한다. 반면 출입국관리국은 그의 책이 유명해지면서 계속 출입국관리법위반여부를 주시해왔다고 한다.
■법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케하라씨가 한국에서 출판업을 했다면 모르지만 책을 썼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소득은 세금으로 처리하면 족하지 않을까. 이케하라씨에게 관대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넓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의 자연스런 교류를 이해 못하는 편협된 법해석으로 우리의 가슴이 닫혀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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