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살기가 참 편했어잉. 나랑 인연 맺은 사람 다 잘 됐는데, 하나만 총맞아 죽어 부렀제…』 홀라당 망해버린 마담의 신세 타령에 20대부터 50대까지, 객석은 배꼽 잡는다. 그러나 가슴 밑바닥을 누르고 나온 너스레다.
「얼쑤」에서 열연중인 이경애(37). 그의 첫 정극 무대다. 말그대로, 그는 온몸을 던지고 있다. 사설을 읊다, 무당춤을 추다, 나뒹굴다….
연습이 지나쳤나. 막 올리기 전, 피를 토했다. 설 연휴 때는 매일 2회 공연 강행군까지. 의사는 『자꾸 말하면 목소리 잃을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으나 막무가내. 와중에도 위암·간경화와 싸우고 있는 부모를 찾아 틈틈이 안부 여쭙지 않고서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84년 개그 콘테스트 대상 수상 이후 「짝궁뎅이」 「무거운 사랑」을 거쳐 지난해 「뽀뽀뽀」까지, 그는 알아주는 개그맨이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을 줄곧 압박해 온 것은 연극, 그리고 공부에의 갈증. 고졸 이후 네 차례 대입 재수를 거쳐, 지금은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 99학번. 종종 사인을 부탁하는 어린 학우들과 「즉흥연기」 「말과 글」등 강좌를 함께 들으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TV 정통극이나 대학로 정극을 하고 싶어요. 그러나 지금은 공부가 우선이죠』 공부는, 이 시간 지나면 물 건너가 버린다는 믿음 때문이다. 연극은 배고픈 예술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매번 거듭 난다는 느낌, 관객과의 교감이 그는 좋다. 「연극인 이경애」.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못 하는 거, 알아요. 그러나 아예 시들어 버리기 전, 잘 갈무리해 두자는 거죠』 이경애의 지천명인가?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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