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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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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

입력
1999.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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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1889~1975)의 「역사의 연구」(전12권)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도전과 응전」이라는 인식틀로 분석한 역사서이다.토인비는 문명도 생명체처럼 탄생_ 사망이라는 필연적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본 1차대전 직후 서구의 숙명론적 역사관에 반기를 들었던 학자이다. 당시 부정적 징후들이 만연한 시대 상황이었지만 그는 「필연적 사망」대신 「창조적 소수에 의한 진보」가능성을 믿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입장은 『문명의 성장은 계속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유명한 가설로 결실을 맺었다.

구상부터 완결까지 40년, 집필에만 27년(1934~61년)이 걸린 이 역작은 역사에 대한 폭넓은 식견으로 기존의 인종·환경주의 역사관을 탈피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방대한 분량(350만 단어)의 이 책에서 토인비는 인종 환경 등도 도전을 제기하는 범위 내에서만 결정적 요인으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특히 개별국가 중심의 연구를 지양하고 세계를 26개 문명권으로 구분, 민족주의나 서양중심주의에 명확히 반대하는 역사관을 드러냈다.

대신에 서양사상의 양대 기둥인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서적 세계관에 입각, 그는 「역사의 연구」에서 『인간의 역사는 신의 나라가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또 『문명은 소수 엘리트들의 지도에 따라 등장하며, 그들의 창조적 지도력이 다했을 때 쇠퇴한다』는 특유의 문명관을 정립했다. 토인비의 문명사관은 93년 「문명충돌론」을 주창한 새뮤얼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모든 문명을 분석했던 토인비의 연구태도는 사실과 해석에서 오류가 적지않아 「과학적 연구가 부족한 문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역사의 연구」61년 초판본에서 한국을 일본 문명권에 포함시켜 비난이 빗발치자 72년 새로 펴낸 축약본에선 한국문명을 별도 문명 단위로 설정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188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토인비는 옥스퍼드 베일리얼대에서 라틴어 고전을 전공했으며 그리스에서도 공부했다. 귀국후 런던대 근대 그리스학 교수로 활동하다 1925년 왕립국제문제연구소로 옮겨, 이후 30년동안 연구부장과 교수를 역임하며 「역사의 연구」를 완성했다. 서사봉기자 se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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