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여자축구는 있어도 여자야구는 없다?국내 유일의 여자야구선수인 안향미(18·덕수정보산업고3)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고교졸업을 앞두고 「야구선수」로서의 진로가 꽉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모교가 전국대회에서 두번이나 8강에 들어 체육특기생 자격은 생겼지만 선뜻 자신을 받아주겠다는 대학이 아직 없다. 프로야구도 96년 「여자는 입단할 수 없다」는 규정을 삭제했지만 남자보다 실력이 훨씬 떨어지는 안향미를 받아줄 리 만무하다.
『여자농구도 있고 여자축구도 있는데 왜 유독 여자야구만 없는 거죠? 대학이 여자선수를 받아주지 않겠다면 실업팀이든 프로 2군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고 싶어요. 국내에서 정 안되면 미국이나 일본으로 야구유학을 떠나고 싶지만 집안형편상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사실 이런 어려움은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영동초 5년때 남동생을 따라 시작한 야구. 푹 빠져든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중학교도 남녀공학이면서 야구부가 있는 경원중으로 옮겼고, 고등학교도 서울시교육청이 특기자자격까지 고쳐 겨우 진학했다.
남학생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으며 야구생활을 해온지 벌써 8년째. 그동안 1루수에서 투수로 수비위치도 변했다. 100㎞짜리 직구는 동료들사이에서 「마구」로 통한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반 학생으로 대학 체육학과에 진학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렇게 되면 취미로 야구를 하는 것밖에 안되잖아요? 대한야구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야구선수가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어요』라는 게 안향미의 현재 생각이다.
『우선은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는 길을 찾아보고 있어요. 그런 다음 여자야구가 있는 미국에 가서 직접 선수로 뛰다가 많은 것을 배우고 국내에 들어와 야구감독을 하는 것이 제 최대의 꿈이에요』
덕수정보고 이승완야구부장은 『언젠가는 탄생할 국내 여자야구를 위해서라도 안향미의 야구유학을 도와줄 후원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8년 공든탑이 올해로 무너져버릴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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