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을 주창하는 중도자파 정권의 잇단 탄생과 유럽 11개국 단일 통화인 유로의 출범은 90년대 유럽을 특징짓는 정치·경제적 이정표였다.유로는 미국의 달러에 버금가는 기축통화의 위상 확보라는 참가국의 기대를 안고 올해 초 출범했다. 초기의 많은 우려와는 달리 11개 회원국 통화의 유로 전환과 외환거래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지폐 발행과 주화 주조 등 준비작업도 차질업이 진행돼 당초 일정보다 4개월 앞당겨진 2002년 3월부터 유로 화폐가 통용될 예정이다. 또 국제 채권시장에서 유로화 표시채권 비중이 달러화를 능가할 정도로 국제통화로서의 기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유로화의 가치는 올해 내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99년 1월 4일 첫거래때 유로당 1.17달러로 시작했던 유로화의 가치는 하락을 거듭, 한때 1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유로화의 가치는 약세로 일관, '1유로-1달러=100엔'이라는 3개 주요 통화의 등가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유럽 경제의 침체와 미국 경제의 상대적 강세,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가 유로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 "유로화 약세의 이유는 투자자가 유럽 주요국의 개혁 의지에 회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20% 인력감축 계획을 밝힌 타이어업체 미쉬린에 대해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가 비판을 가한 것이나 파산에 직면한 건설업체 홀츠만에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결정등은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행태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유럽 중앙은행(ECB)이 경기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는데도 유로화의 약세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유로의 약세는 단지 실물경제의 침체만이 아니라 더욱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유로화 도입의 중간 성적은 '운영은 성공, 위상 확보는 미지수'라고할 수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주창으로 시작된 '제3의 길' 노선은 잇단 좌파정권의 탄생과 함께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유럽의 이념으로 자리를 잡는 중이다.
모든 것을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미국식 자유주의 개념을 해야 하는 미국식 자유주의 개념을 지양하고 평등과 연대를 강조하는 이노선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슈뢰더 독일총리는 지난 6월 블레어 총리와 함께 융통성 있는 노동정책을 지지한다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등 '제3의 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유럽 좌파 정권의 지도자들은 지난 1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새천년 개혁을 위한 회담에서 '제3의 길'을 비롯한 중도 좌파의 이념을 계승, 신 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에 맞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유럽의 이런 발걸음은 결국 새 세기를 앞둔 정체성과 미국에 맞설 세계주도력을 향한 끊임없는 모색이랄 수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확대와 유럽독자군 창설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시키면서 '독자유럽'의 가능성을 계속 키워갔다.
흔히 '늙은 대륙'으로 일컬어지던 유럽이었다. 이제 유럽의 새로운 부활여부에 대한 주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은 올 한해동안 절정을 이루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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