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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고사의 실제] (271) 문학의 사회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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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고사의 실제] (271) 문학의 사회적 역할

입력
2000.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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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6일자와 3월4일자는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와 이태동 서강대 교수가 출제해주셨습니다. (답안은 1,000자 이내)26일자 주제

(문제) 이 달 초 우리 나라의 정치계에는 전에 없던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다. 여러 시민운동단체들이 연합하여 「총선시민연대」라는 것을 조직하고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공천되면 안될 전 현직 국회의원을 선정, 그 명단을 공표한 것이다.

이 행동의 영향력은 엄청난 것으로 여겨졌으나, 그에 비추어 볼 때 이 행동이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선거운동에 관한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입법부나 행정부 뿐 아니라 사법부의 권위까지도 넘어서려는 이런 운동이 과연 법치 민주국가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 시민 불복종운동의 성격까지 띠는 이 활동을 놓고 우리는 우리의 정치사회적 현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근년에 들어 이른바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기구)라 불리는 시민운동의 활동이 선진국에서도 크게 활발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이들의 활동이 정당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지, 자신의 견해를 논술해 보시오.

3월4일자 주제

(문제) 다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죄와 벌」가운데,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의 노파를 살해하게 되는 동기를 일깨워주는 대화의 한 구절이다. 아래의 제시문을 읽고 주인공이 왜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밝히고,그가 자신의 죄에 대해서 속죄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방법을 도덕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에서 1,000자 이내로 논술하라.

(제시문)『더 들어보라구. 또 한편에는 도움을 못 받아 좌절하여 무너져 버리는 젊고 신선한 힘이 있어. 이런 것은 도처에 수없이 널려 있지. 노파의 돈이 수도원에 기탁된다면 백 가지 천 가지의 훌륭한 일과 계획했던 사업을 시작하여 성공할 수 있어! 수백 수천의 생명이 올바른 길로 향할 수 있네.

빈곤, 부패, 파멸, 타락, 성병 치료소로부터 수십 가구의 가족들이 구원받을 수도 있지. …이 모든 것이 그 여자의 돈으로 할 수 있어. 그녀를 죽여 그 돈을 빼앗고 그런 다음에 그 돈으로 전 인류를 위한 봉사와 공공 사업에 대한 봉사에 몸을 바친다.

어떻게 생각해? 하나의 조그만 범죄를 수천의 선행으로 보상할 수는 없을까? 하나의 생명으로 수천의 생명이 부패와 타락에서 구원된다.

하나의 죽음이 백 개의 생명을 대신한다. …이것은 산수 문제와도 같아! 이 폐병장이며 우둔하면서도 간악한 노파의 생명이 사회라는 저울에 달면 값이 얼마나 나가겠나? 이나 바퀴벌레의 생명보다 더할 것이 없다. 아니 그만한 가치도 없어. 왜냐하면 노파는 해로운 존재니까.

그녀는 타인의 생명을 좀먹고 있어. 요전에도 그녀는 홧김에 리자베타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하마터면 잘릴

뻔했다니까』

입선자 명단(6명)

경북 안동여고=이지영 이화외고=강윤진 경북 포항고=이경우 전북 남성고=강진용 대원외고=김지훈 일본 세이센국제학교=정연경

원고마감은 매주 월요일. 우편: 110-792 서울 종로구 중학동 14 한국일보 사회부 논술담당자 앞 전화: (02)724-2313∼8 팩스: (02)739-0266

■[논술고사 실제] 최우수 김영환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나 사상을 언어·문자로써 표현해낸다. 문학이란 비단 예술작품만이 아닌 이러한 총체적인 「글」을 지칭한다. 문학은 인쇄매체를 통해 용이하게 전파된다는 특성을 띤다.

독자는 이를 통해 저자 고유의 의식과 교류하므로 그 사회적인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하겠다. 그런 만큼 문학·글이 올바른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 악영향 또한 적지 않음은 물론이다. 여기에서 문학·글의 올바른 사회적 역할을 고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제시문에 나타난 「잘못된 글」의 폐해는 두 가지로 대별할 수가 있다. 우선 글이 너무 승한 나머지 거짓되고 무가치한 글이 사회를 위협하는 문약(文弱)을 지적한다. 아울러 현실을 도외시한 글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다. 이를 통해 도출해낼 수 있는 올바른 글, 바람직한 문학의 역할이란 어떤 것인가?

먼저 진실을 추구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이는 문학이 저자의 지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지식인의 역할과도 연계된다. 올바른 문학이라면 사회의 부조리도 감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에밀 졸라가 필력으로 드레퓌스 사건에 임한 것이나, 마르께스의 예리한 소설은 그 좋은 예다. 사회의 양심으로서 대중에게 진실을 전함에 있어 문학은 매우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대중에게 올바른 가치를 함양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 사랑의 가치를 배양하는 일도 문학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교화라기보다는 문학의 이해를 통해 사고를 신장시키는 것이다.

또한 문학은 사회와 끊임없이 교류해야 한다. 문학은 그 배경이 되는 사회에서 생성된다. 이를 무시하는 문학은 유미주의, 탐미주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실에서의 도피처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개선이나 극복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는 개인에게 혼돈을 야기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기에 현실을 인식케 해주는 문학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문학은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고도의 문화이다. 더구나 그 전파력과 영향력은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이기도 하다. 발달하는 정보 매체를 이용, 그 유용성을 확대해 나간다면 위에서 제기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다 진보한 사회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고사의 실제] 우수 진중백

문학의 사회적 역할

문학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뷔퐁」이 말했다. 왜냐하면 문학은 인간이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면서 그 속에 현실 세계에 대한 패러디와 이념을 응축시켜 놓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학 작품의 감상을 통해 삶의 비밀에 간접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인생과 사회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으며 자기 나름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불후의 명작이라 일컫어지는 문학 작품을 통하여 카타르시스와 심미적 감동을 맛본다. 동시에 교훈도 얻는다. 동서고금의 고전을 통해서는 정서적으로 아름답고 사상적으로 깊이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문학의 사회적 역할 가운데 가장 큰 기능일 것이다.

반면, 저속하고 저급한 문학은 우리의 정서를 황폐화시키고 사회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낭객의 신년만필」에서 『지금의 민중에 관계가 없이 다만 간접의 해를 끼치는, 사회의 모든 운동을 소멸하는 문예는 우리가 취할 바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히 음란물에 가까운 선정적이고 통속적인 작품들이 예술이란 미명으로 범람할 때, 이성적 통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왜곡된 성 지식과 인격을 갖게 된다. 이처럼 비뚤어지고 잘못된 글들이 각종 사회문제와 성적 타락을 불러 오게 된다.

또한 글은 문으로 표현되고 문이 승하면 결국 문약에 이르게 된다. 제시문에서처럼 이것은 자칫 문폐로 나타날 수 있다. 그 예로 우리는 고려시대의 「무신의 난」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문을 지나치게 숭상하고 무를 천시하는 풍조와 무신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 대우에 대한 극도의 불안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수십 년간 국정의 혼란을 가져온 참극이었다. 이 사건으로 우리는 문과 무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승하게 되면 어떤 사태가 초래되는지를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이처럼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는 분명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한다. 인간의 의식을 일깨우고 사고의 틀을 넓히는 것은 분명 순기능이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의 수많은 문인들이 문학의 힘을 빌어 일제에 저항한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문학이 자칫 전제주의나 독재 권력에 넘어갔을 때에는 체제 유지를 위한 선전 선동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역기능들을 보완해 나가면서 문학이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제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바로 문학의 향유자인 우리 사회인들의 몫인 것이다.

■[논술고사의 실제] 우수 정민혁

문학의 사회적 역할

한 시인이 한강 풍경의 아름다움을 서정적 필치로 훌륭히 묘사한 작품을 발표했다고 하자. 문제는 당대의 현실이다. 풍요로운 사회 속에서 삶의 여유를 갖게 된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라면 이 작품은 무난히 각광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빈곤의 그늘이 덮인 상황이라면 비참한 현실에서 유리되어 있는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정서적 즐거움은 현실적 빈곤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까닭이다.

우리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문학은 독자의 정서를 자극시켜 미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쾌감이 진한 감동으로 승화되려면 진실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여야 한다. 당대의 생활상과 시대 의식을 투영시켜 독자를 향하여 「무엇이 올바른 가치인가?」 「바람직한 인간상과 사회상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바람직한 답 또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문학을 통하여 작가와 독자는 미적 감동뿐만 아니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일제시대 때, 부당한 억압에 굴종하지 않고 문학을 통해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저항시인들의 활동이 좋은 예이다.

문학은 신선한 감각과 깊은 인상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감동이 현실과 유리된 감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시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실성이 부족한 글은 자칫 허구적 거짓으로 형상화되어 오히려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은 어떠한 형태로든 시대를 조명하여 그 진실성을 획득하여야 한다. 또한 독자들에게도 바람직한 사회상을 제시하여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원동력을 제공하여야 한다. 미적 기능만 염두에 둔 채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망각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처럼 문학의 정서적 기능과 사회를 반영하고 개선하는 기능을 충실히 조화시켜 나갈 때 문학은 시대적 청지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 강평] 형식적 구성이 관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내용에 대해 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글을 쓸 때는 꼭 잘 아는 내용에 대해서만 쓰게 되지 않는다. 우리가 마음대로 글의 소재와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이미 주어진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논술에는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그 준비 기간의 대부분은 어떤 소재와 주제에 대해서도 낯설지 않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쓰인다. 독서를 통한 지식의 배양이 이러한 준비 기간에 이루어진다.

내용에 대한 준비가 얼마쯤 이루어지면, 다음으로는 형식에 대해 익히는 일이 필요하다. 형식에 대한 준비는 우선 글의 구성 원리를 이론적으로 익힌 후, 실제 글을 써봄으로써 그 이론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글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글의 구성 원리를 익힌다는 것은, 낱말과 문장의 관계, 문장과 단락의 관계, 그리고 단락과 글 전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글의 구성 원리에 대한 이해는 이론적 습득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이른바 모범적인 글을 택해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해 읽는 가운데서도 체득될 수 있다.

이번주 논제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이다. 이번주 논제는 지엽적이기보다는 본질적·보편적 성격을 띤다. 지엽적인 논제보다는 본질적·보편적 성격을 띤 논제일수록 답안 내용들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경우는 결국 형식적 요건들이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글감을 어떻게 배열해 논지를 효과적으로 전개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번주 최우수작으로는 김영환(포항제철고)의 글을, 우수작으로는 진중백(충남 서령고)과 정민혁(대구 시지고)의 글을 뽑는다. 김영환의 글은 우선 내용이 충실하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글에 여러 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 표현한 것이다.

구성의 측면에서도 문제 제기의 과정을 담은 서론과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정리한 본론, 그리고 과제 해결의 전망을 담은 결론이 모두 잘 짜여져 있다. 이들 서론·본론·결론은 서로 연계성을 지니면서 각각의 역할을 잘 맡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영환의 글은 전체적 짜임새가 매우 좋은 글이다. 본론에서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한 후 발달하는 정보 매체를 이용해 그것을 확산시켜 간다는 결론적 제안도 신선하다. 단, 본론의 단락 나누기가 조금 잦은 편이기는 하다.

진중백의 글도 논제를 잘 소화한 글이다.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원론적

논의와 함께, 제시문으로 주어진 신채호의 글 「낭객의 신년만필」에 대한 인용도 적절하다. 문학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지적과 함께, 역기능을 보완하고 순기능을 확대시키자는 제안도 바람직하다.

단, 글의 구성이 전반적으로 너무 평범한 느낌을 준다. 논지 전개 과정이 극적 굴곡 없이 너무 평평한 것이다. 정민혁의 글은 문장도 깔끔하고 주장하는 바도 잘 드러난다. 문학의 특성과 기능에 대한 논의를 병행시킨 것도 논지 전개에 나름대로 효과적이다.

그러나, 서론의 문장 연결에 비약이 심한 편이다. 각 문장 사이에 무언가 논의되어야 할 내용이 빠진 느낌이 든다. 이런 경우 글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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