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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도 귀천이 있다.

입력
200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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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도 귀천(貴賤)이 있다. 1년에 7-8차례 씨름대회를 개최하는 한국씨름연맹은 씨름판에 사용할 모래를 구하기 위해 용역을 주고 있다.16년째 씨름판의 모래를 조달하는 사람은 동문실업의 김석근사장(50). 김석근사장은 대부분 씨름판에 사용될 모래를 대회가 개최되는 현지에서 구한다. 지름 8m의 씨름경기장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모래의 양은 10누베. 즉 15톤 트럭 1대분이다.

경기장은 가운데가 대략 30cm, 바깥쪽이 25cm의 두께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지에서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6일부터 열리는 장흥대회는 모래를 구할 수 없어 목포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모래에는 완사, 중사, 미사가 있는데 씨름판에 쓸 수 있는 모래는 중사(中沙)다. 씨름판에 쓸 수 있는 모래는 굵기가 적당해야 하고 토분과 자갈이 없어야 한다.

대부분 모래판에 쓰는 모래는 해사(海沙)로 조개껍질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한번 쓴 모래는 다시 쓸 수 없다는 게 문제. 150㎏거구들의 체중에 밟혀 모래가 부서져 다음대회에 쓸 수도 없는 것은 물론 건설현장서도 외면당한다.

버리는 것은 더 어렵다. 지역내서 정원용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모래구입비용보다 더 비싸게 먹혀 대략 30만-40만원의 웃돈을 줘야 하는 실정이다. 지역에서 모래를 구하다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강원도는 모래에 자갈이 많고 토분이 많아 멀리서 구해와야 하고 서울은 수송에 문제가 있다. 서울에서는 대낮에 15톤 트럭이 한강다리를 건널 수 없기때문에 심야에 김포쪽이나 양화대교를 건너 수송해야 하는 애로를 겪고 있다.

김석근사장은 『씨름인 출신 중형(仲兄)이 하던 사업을 이어 받아 16년째 하고 있다』며 『초창기 민속씨름의 인기가 요즈음에는 시들해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사장의 중형은 1950년대 씨름판의 유명한 장사로 자유당시절 주먹계의 거물 이정재의 양아들이었던 고(故) 김정길씨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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