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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자녀의 용돈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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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자녀의 용돈은 얼마?

입력
2000.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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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돈 씀씀이가 정상이 아니다. 학교나 기관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이 ‘월 5만~6만원’이라는 ‘모범답안’을 대지만 실태는 전혀 다르다.

많은 학생에게 이 정도는 핸드폰 사용료에 불과할 뿐 선물비, 유흥비, 의류·액세서리 구입비 등으로 수십만원씩 쓰는 것이 보통. 최근의 빗나간 청소년 아르바이트 열풍도 이런 과다한 소비풍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교욱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4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13일 서울 L백화점을 찾은 김모(16·A정보고 2년)군은 선물코너에서 사탕꾸러미와 인기가수의 CD를 5만여원에 구입했다.

이날을 위해 부모 몰래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해 10만원을 마련했지만 14일 근사한 저녁시간을 위해 절반은 남겨둬야 한다. 김군은 “돈 좀 있는 아이들은 한창 뜨는 유명메이커 의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미 핸드폰은 중·고생들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 ‘명함’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가지 연락처(집전화번호, 핸드폰, E_메일주소)가 있어야 체면이 선다.

구입이야 쉽지만 월 10만원 이상 나오는 사용료가 문제다. 서울 H여고의 서모(17)양은 “지난달 20만원 가까이 나온 사용료 때문에 엄마에게 핸드폰을 뺏기고 외출금지를 당했다”며 “하지만 요즘에 핸드폰이 없으면 친구들이 아예 모임연락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풍조에서 월 30만∼40만원을 쓰는 것은 또래에서 특수한 경우도 아니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중산층 가정의 경우 고작해야 월 5만∼6만원 정도. 따라서 이를 메우기 위해선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편의점이나 음식점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명함돌리기, 설문조사, 신문돌리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동대문의류상가에서 음식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모(17)군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일하면 일주일에 12만∼13만원이 생긴다”며 “수업시간 내내 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더 나아가 학교폭력이나 최근의 ‘원조교제’도 이런 과소비 풍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서슴없이 단언한다. 조모(16·D고 1년)군은 지난주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자친구의 옷차림이 화려해지고 씀씀이가 헤퍼져 의심을 품었죠. 지난 주말 데이트를 마치고 여자친구의 뒤를 밟았는데 한 50대 남자와 함께 모텔로 들어서더군요.”

지난달 유흥비 마련을 위해 후배들에게 노점상을 강요해온 중·고생 폭력조직 20여명을 적발한 서울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비행이 과거 세 과시형에서 돈 목적형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상술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LG애드 류효일(32)대리는 “제약과 주방용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10대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20대후반∼30대초반의 X세대시장은 용돈 규모가 한정됐었으나 N세대시장의 확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정보문화센터 상담원 조도현(28)씨는 “10대 여고생으로부터 ‘원조교제 한건만 하면 월30만원은 기본이다. 선생님이 10만원만 줘도 이런 교제 안하겠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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