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전 동독과 서독의 문화적 통합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은 양쪽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40권의 브레히트 전집을 편찬한 일이었다. 그들은 이 작업을 통해 독일이 문화국임을 내외에 알렸다.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우리도 남북한의 대표적 문학작품을 망라하겠다는 ‘통일문학전집’이 기획돼 추진 중이지만 어디까지나 남한 문학계의 입장이고, 그나마 대상 작가와 작품의 선정을 놓고 구설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한의 진정한 문화적 동질성의 확보에는 아직 시일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른바 해금 이전만 해도 극소수 전문 연구자들이 관변자료에 기대 연구했던 북한문학은 1988년 ‘북한 바로알기 운동’등을 계기로 활발히 소개돼왔다. 초기에는 이기영, 한설야, 홍명희 등 해방 이전의 대표적 작가들을 위주로 알려진 북한문학은 지금은 사실상 저작권 계약만 없을 뿐 최근작까지 큰 제한없이 소개되고 있다.
문예계간지 ‘실천문학’은 매호 북한의 단편소설을 게재하고 있으며 시 전문지 ‘시안’도 근작 시들을 싣고 있다. 북한에서도 1990년대 중반을 전후로 방정환, 마해송, 윤석중, 박두진 등 남한 문학인들을 해금한데 이어 다섯 차례 방북한 적이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의 장편 ‘장길산’이 공개적으로 읽히는 등 부분적으로 남한의 문학이 소개되고 있다.
북한문학 전문가인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문예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통일문학전집’ 간행을 앞두고 발표한 ‘북한문학의 수용과 문학적 통합의 길’이란 논문에서 남한 문학과 달리 북한 문학만이 갖는 특성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서정시, 서사시와 엄격하게 구별되는 장르로 북한에 존재하는 ‘서정서사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장르 구분의 문제, 둘째 1960년대 후반 북한 중장편 소설에서는 어김없이 김일성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북한의 글쓰기 방식과 작가의 의식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 셋째 해방 이후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해방 이전 작가들과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 다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작품 소개 뿐만 아니라 작가 교류도 꾸준히 시도돼왔다. 작가회의(이사장 이문구)는 올해 사업으로 남북한의 잡지끼리의 연대와 남북한(모국어권) 작가회담을 추진 중이다. 황석영씨를 비롯해 소설가 김주영, 시인 고은씨 등이 방북했고 문학연구자들의 경우 해외 한국문학세미나는 북한 학자·문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문학계는 분단으로 말미암아 훼손된 근·현대 한국문학사의 복원작업이 민족문학을 재정립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우리의 민족문학은 바로 상실된 국민국가에의 지향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김윤식 서울대교수)이다.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