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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놀리기 "해도 너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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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놀리기 "해도 너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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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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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웃음거리로…시청자 비정상적으로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 있다. 뻔한 것을 가지고 속이려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KBS가 1일 실시한 봄철 프로그램 개편으로 선 보인 두 코너가 있다. ‘夜! 한밤에’(목요일 오후 11시)의 ‘취중 퀴즈’와 ‘한국이 보인다’(일요일 오후 5시 35분)의 ‘북한청년, 동일섭’ 은 기획 의도와 달리 출연자를 웃음거리로, 시청자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대표적 방송이다.

음주운전을 근절하자는 의도로 신설된 ‘취중 퀴즈’. 4일과 11일 2회분이 방송됐다. 늦은 밤 길거리에서 술취한 사람을 대상으로 퀴즈 출전자를 뽑고 서세원의 진행으로 술취한 5명에게 퀴즈를 낸다. 출전자 상당수가 정도를 넘어선 상태에서 문제를 맞추며 횡설수설이다.

‘미인촌’ ‘골뱅이’ 등 이름을 달고 나온 출연자들은 혀가 꼬여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에 취해 들고 있는 봉에 키스를 하는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문제도 음주운전과 관련없는 연예인과 KBS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다.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거창한 의도는 간 데 없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강요한다. MC는 한술 더 뜬다. “‘夜! 한밤에’는 술취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7일 선을 보인 ‘한국이 보인다’의 한 코너, ‘북한청년, 동일섭’은 용서받지 못할 방송이다. 아무리 시청률을 의식한다 해도 웃음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 있다. ‘북한청년 동일섭’은 그 선을 넘었다. 방송이 시작되면 기획 의도를 알리는 자막이 흐른다. 한강을 넘어 탈북한 지 채 한 달도 안된 동일섭씨가 남한 사회를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남·북한간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성 회복을 기한다는 것이다.

14일 방송분. 북한서 한번도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는 자막과 함께 동씨가 지하철을 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보여줬다. 또한 자장면을 배달시켜 “단무지도 돈을 주어야 하느냐?”는 동씨의 언행을 그대로 내보낸 뒤 “아저씨 간첩 아니예요?”라는 종업원의 말을 방송했다. 이어 개그맨 서동균이 동씨를 백화점으로 데리고 가 ‘캐주얼’ ‘힙합’ ‘아메리칸 스타일’ 이라는 단어를 구사하며 동씨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동질성을 회복한다는 의도보다는 남한 사회에 낯선 탈북 청년의 실수를 통해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을 겨냥한 듯하다. 동씨가 실수할 때마다 방청객의 웃음소리는 어김없이 터져 나온다. 연민을 넘어 분노마저 치미는 대목이다.

‘취중 퀴즈’의 술 먹은 한 출연자는 “KBS는 자랑스러운 공영방송”이라고 외쳤다. 탈북 연예인 김혜영은 기자에게 “방송은 북한 사람을 희화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당부를 한 적이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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