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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政 대화기대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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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政 대화기대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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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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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노사정 위원들을 초청, 오찬을 함께 하기로 한 일정을 무기 연기한다고 밝혔다.이날 오찬에서는 금융파업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어서 안팎의 관심이 지대했다.

때문에 연기 발표는 극적인 조기 해결을 기대하는 기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청와대가 밝힌 연기 이유는 금융노조의 파업문제로 노사정위가 바빠 오찬을 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것.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노사정위 전체의 바쁜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은 대외적인 발표일 뿐 실제로는 한국노총이 전날(4일) 저녁 늦게 불참을 통보, 오찬의 모양새가 흐트러져 연기하게 됐다.

노동계 대표가 불참한 상황에서 정부와 사용자측 인사들만으로 오찬을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노총측이 ‘금융노조를 산하에 두고 있는 우리가 11일 파업하기로 해놓고 오찬에서 건배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양해를 구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오찬에서 아무런 결실도 나오지 않으면 이것도 부담”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연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정 오찬이 이미 20일전에 잡힌 일정인데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행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과 약속한 행사도 하루 전에 못가겠다고 통보하면 그만이고 정부는 할 수 없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정상적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최근 이익단체들이 입만 열면 ‘대통령의 약속’을 요구하고 나서는 현상과 연결지어 보면 오찬의 연기는 ‘영(令)이 서지 않는’ 상황의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의사들의 폐업에서 드러났듯이 현안 하나하나의 원만한 해결에만 집착, 전체의 기강을 잡지 못하는 지금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한국노총 이남순(李南順)위원장이 5일 청와대 노사정 오찬에 불참키로 한데에는 한나라당의 ‘설득’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날 “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김낙기(金樂冀)의원과 노동계출신 김문수(金文秀)의원 등이 노총과 물밑접촉을 통해 ‘지금 청와대 가면 들러리밖에 안된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도 오전 브리핑에서 “노총이 청와대 면담을 거절하고 이회창(李會昌)총재부터 먼저 만날 것을 요청했다”면서 은근히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의약분업 사태에서 ‘재미’를 본데 이어 노동문제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이총재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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