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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친북발언' 여야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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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친북발언' 여야 공방

입력
2000.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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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는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의 ‘청와대 친북세력’ 발언으로 16대 첫 파행 사태가 벌어졌다. 2차례의 여야 총무 접촉 끝에 국회는 가까스로 정상화했으나 오후 6시15분 속개까지 6시간30분여 동안 정회했다. 이날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다섯번째로 나선 권의원이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었느냐”고 말하는 순간 본회의장은 격렬하게 술렁였다. 이때가 오전 11시48분.민주당 의석에선 즉각 “말조심해”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느냐”는 등 일제히 고함이 터져 나왔다. 여야 의원들간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다. 민주당측에선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권의원 성토에 나섰다. 민주당 의석에선 다시 “제명해야 한다”는 고함이 일었다. 천의원은 “권의원의 발언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나 지도부가 지시한 조직적 발언인지 묻고 싶다”면서 이총재 및 권의원의 사과와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다.

천의원은 또 “청와대가 용공세력이라는 식의 발언은 비열한 용공음해를 재연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번엔 한나라당 의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도 화가 난 듯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삿대질을 했고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이 이를 말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어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북한의 이총재 비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시건방진 발언을 했다”며 청와대로 화살을 돌렸다. 소란이 계속되자 결국 이의장은 “다함께 냉정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서둘러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사과 및 속기록 삭제 요구’와 ‘사과 불가’로 맞서 여야 대치가 계속됐다. 오후 5시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와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의 두번째 접촉에서 정상화의 실마리가 찾아졌다.

권의원이 본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속기록 삭제를 이의장에게 일임하는 한편 이총재와 북한의 ‘양비론’을 폈던 청와대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도 유감의 뜻을 밝히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권의원은 본회의 속개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친북세력이 용공세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런 오해가 있었다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남궁 수석도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전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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