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레드그레이브 도전'그늘 속의 영웅' 이번 시드니올림픽을 은퇴무대로 삼고 있는 영국의 조정선수 스티브 레드그레이브(38)에 붙여진 칭호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서 영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겨준 선수이자 이번 시드니서 5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현역 최고의 올림피언이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비인기 조정선수라는 이유 때문에 화려한 업적과는 달리 알아주는 사람이 드물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4년전 레드그레이브는 심각한 고뇌에 빠졌다. 84년 LA대회서는 무타페어, 88서울대회서는 무타포어, 92바르셀로나와 96년 애틀랜타서는 무타페어를 석권했지만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았던 것.
앨 오터(미국 원반던지기) 폴 엘브스트룀(네덜란드 요트) 알라다르 게레비치(헝가리 펜싱)에 이어 통산 4번째 4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의 위업이다. 하지만 조국인 런던 개트윅공항에 돌아왔을 때엔 고작 가족 6명만이 그를 반겼을 뿐이다. 이 같은 푸대접속에 당시 심각한 은퇴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오즈맨(oarsman)은 영원한 조정인'이란 신념이 서른여덟의 나이에 다시 노를 잡게 만들었다.
올림픽 연속 금메달 신기록은 헝가리 펜싱 '영웅' 게레비치의 6연속 우승(1932년 이후)이지만 사브르 단체로 거둔 성적이어서 엄청난 힘과 지구력을 요구하는 레드그레이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 혹시 성적이 부진하면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흠집이 나지 않을까 하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하고 올림픽의 위대한 '아마추어리즘'에 따른 것이다. 레드그레이브는 시드니서도 무타포어에 출전, 두번째로 종목을 바꿨다.
전성기때 무타페어에서 61연승의 신기록과 올림픽 2연속 우승을 이룬 동료 매튜 핀센트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7월 스위스서 열린 세계선수권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바 있어 금메달 전망은 밝지 않다.
"이번이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자 굵직한 국제무대서 최후의 레이스가 될 것이다"고 밝힌 레드그레이브는 "후회는 없다. 조정인으로서 살아온 나의 삶을 후회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이 긍지를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래준기자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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